‘코로나 변이’ 24개국 퍼졌는데 영국만 막는다?…기내감염도 안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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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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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70%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 24개 국가에 퍼졌는데도, 정부가 영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는 항공편만 막는 게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는 상황인데다, 코로나19 변이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확산세가 나타날 수 있어 검역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가족 3명 포함해 4명 변이 바이러스 확인…기내감염 여부 조사 착수

영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됨에 따라 추가 확산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확진자 3명은 지난 22일 국내로 입국한 일가족 4명의 가족 구성원이다. 미성년자 자녀 2명과 부모 1명으로부터 채취한 검체에서 바이러스 변이를 확인했다.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일가족은 영국 체류 당시 런던에 거주했으며, 입국 때 검역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격리치료시설로 옮겨져 지역사회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또 다른 1명은 지난 13일 영국에서 국내로 귀국한 80대 남성으로 경기도 고양시 자택에서 거주했으며, 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해외 입국자는 인천국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바로 검사를 받았다”며 “시설에서 대기 중 양성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최초로 발견한 변이 바이러스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진 않지만, 기존 바이러스 대비 전파력이 70% 더 강한 게 특징이다. 다만 항체 접합부위에 변이 등이 없어 현재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예방 및 치료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변이가 발생할 경우 백신 효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확진자들이 탑승한 항공기 내에서 다른 승객으로 코로나19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도 추가 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감염자들이) 입국 당시 양성으로 확인돼 기내에서 전염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가족 확진자는 공항에서 양성 판정 후 바로 격리시설로 이동해 지역사회 노출을 최소화했다”며 “방역수칙을 준수한 상태로 움직였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일가족과 같은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중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거나 옆좌석 승객, 승무원은 고위험군이다. 다만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승무원 12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영국발 항공 운항중단 1주일 연장…남아공발 입국자도 음성확인서 제출

변이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 9월 말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을 넘어 아시아·북미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지금 같은 확산세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은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위스, 스페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가나다순) 등 최소 14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나왔다.

중동은 레바논과 요르단, 이스라엘이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아시아 지역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일본, 홍콩, 호주에 이어 우리나라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조치로 영국발 항공편 운항 중단 기한을 2021년 1월 7일까지 1주일 연장했다. 또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많이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입국자도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제출 대상을 내국인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로 확대한다. 외교나 공무, 인도적 사유 이외의 신규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검역 과정에서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14일 자가격리를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 전염력을 고려하면 안심하기 어렵다.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확진자가 쏟아질 수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퍼지면 감염재생산지수가 0.4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자 1명이 추가로 전파하는 감염자 숫자를 뜻한다. 현재 국내 감염재생산지수는 1.07이다. 감염자 1명이 국내 또 다른 1.07명에게 코로나19를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변이 바이러스로 국내 감염재생산지수가 1.47까지 높아지면 하루 확진자 규모가 기존 800~1000명대에서 1200~1400명대까지 치솟는다.

국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도 “만약에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면 영국이 경험한 것처럼 전파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전망은 비관적이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다른 방도가 없는 만큼 현재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방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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