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강경화 망언, 두고두고 기억”… 6개월 만에 이례적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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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KBS 갈무리) © 뉴스1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KBS 갈무리) ©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핵심 측근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콕 집어 “망언을 쏟았다”며 이례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김여정의 대남 비난은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6개월 만이다. 통일전선부나 외무성이 아니라 대남·대미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이 강 장관의 발언을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했던 김정은을 무시한 것으로 보고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경색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전날 발표한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는 담화에서 “강경화가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해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들었다”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랭기(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발언에 대해)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산’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으로, 보복성 대남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5일(현지 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중동지역 다자안보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 장관의 발언을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김정은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에 경제난, 대북제재의 3중고로 위기의식을 느낀 김정은은 올해 코로나19 관련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9차례 열 정도로 사활을 걸었고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방역 승리를 선언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입단속시키려는 목적과 함께 청와대 자체 일정에 따라 강 장관이 교체되면 김여정의 요구에 따라 교체한 듯한 이미지를 조성해 김여정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김정은의 계산된 전술“이라며 ”강 장관이 현직에 있는 한 남북대화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강 장관에 대한 실명 비난에도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물론 외교부도 반응을 내놓는 것을 피하면서 강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국제적 방역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여정의 비난 담화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공식일정이 시작하는 시점에 나온 만큼, 미 정부 교체기에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한미 양국에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외교부 최종건 1차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따라 만났다. 그는 최 차관과 회담에서 ”(한국에 오는 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했고 최 1차관은 ”다양한 성과들이 차기 미 행정부에서도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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