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9시 이후 사실상 통금”…서울시, 2주간 어떻게 바뀌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4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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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내일부터 저녁 9시 이후 서울을 멈춥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비상조치’를 발표하면서 “지금 서울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의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5일부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방역을 강화하는 비상조치에 나섰다. 오후 9시 이후로 영화관과 학원, 대형마트 등 생활밀착형 시설 이용을 금지해 ‘오후 9시 이후 통금’에 준하는 특단의 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사실상 밤 9시 이후 통금에 준하는 조치”
서 권한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을 멈추는 결단”, “선제적인 긴급조치” 등의 강한 표현을 여러차례 썼다. 그만큼 서울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천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 캠페인을 시작하며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함께 식당, 카페 등의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을 포함한 정밀방역을 전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지난달 25일 212명에서 다소 줄어들다가 1일부터 다시 증가해 4일에는 300명에 육박했다. 서울의 누적 확진자는 9911명(4일 오후 6시 기준)에 달한다. 방역당국의 모임 자제 요청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대학별 평가와 각종 송년회 등으로 집단감염 위험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이날부터 2주간 진행하는 조치의 핵심은 경제·사회활동이 마무리되는 오후 9시 이후 시민들의 이동과 활동 중단이다. 생업에 필요한 최소한만 제외하고 “도시의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가 이용하는 생활시설 상당수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문을 닫는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PC방, 오락실, 이발소·미용실, 마트·백화점(300㎡ 이상) 등이 대상이다. 음식점과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에 내린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조치도 계속된다. 유흥시설의 집합금지 명령도 이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필수적인 생필품 구입을 위해 300㎡ 미만 소규모 마트 운영과 음식점 포장, 배달은 허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학원에도 강화된 조치가 적용된다. 교습소 등을 포함한 2만5000여 곳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도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서울시는 낮 시간에도 되도록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서울시내 중고교의 모든 학년도 수업도 2주간(7~18일)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다만, 후기 일반고와 특성화고 고입 전형, 2학기 기말고사 때에는 학교장 재량으로 해당 학년은 등교할 수 있다. 돌봄 문제가 있는 초등학교는 개별 학교에 판단을 맡기고 유치원도 등원 원생 수를 조절하도록 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경로당 등도 휴관한다. 오후 9시 이후 대중교통 운행도 현재 평상시의 80% 수준에서 70% 수준으로 더 낮춘다.

● 공식 언급 안 했지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비상조치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해당한다.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을 보면 2.5단계인 경우 다중이용시설의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이 주요 항목 중 하나다.

서울시는 단계 격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후 9시 이후 도시의 불을 끄는 결단” 등의 표현을 쓰며 사실상 2.5단계 수준으로 방역조치를 격상했다.

서울시는 2주 안에 하루 평균 확진자를 100명 아래로 낮춘다는 목표를 잡았다. 다만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관건이다. 서울시는 우선 종교시설에 예배 등을 온라인 모임 전환해달라고 권고했다. 민간기업에는 재택근무 확대와 직원들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 시행을 당부했다.

서 권한대행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감안해 최대한 경제가 순환되는 범위 안의 방역대책을 고민해왔지만 지금으로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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