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 맹종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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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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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이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처분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집행정지를 할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직무배제 처분이 징계의결 시까지의 예방적·잠정적 조치더라도, 그 효과는 신청인(윤석열)의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오는 2일 징계위원회가 예정돼있어 징계처분이 이뤄질 경우 직무배제 처분의 소의 이익이 소멸하기 때문에 긴급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이 예정돼 있더라도 징계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되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같은 사유만으로 직무배제 처분의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신청인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인 상태에 두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또 징계혐의자인 윤 총장이 직무집행을 계속하면 공정한 검찰권과 감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무배제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이뤄질 경우 법무부의 징계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심대한 타격이 있고 삼권분립 원칙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1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1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뉴스1


이에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검찰이 그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법무부 장관이 검찰 통제권의 일환으로 검찰총장 인사제청권과 더불어 지휘감독권을 갖는 것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따라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에게 재량이 부여돼있더라도 이는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검찰총장이 그 대상인 경우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이뤄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이날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참석위원 7명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가 모두 부적정하다는 권고안을 낸 가운데 법원도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준 셈으로,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가 윤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처분 효력을 멈춰야 한다고 결정한 뒤 윤 총장은 곧바로 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총장은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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