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가 ‘현장강의’ 고집해”…노량진 임용학원 집단감염 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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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강사와 수강생들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 지난 22일 올라온 대화 내용.© 뉴스1
A강사와 수강생들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 지난 22일 올라온 대화 내용.©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임용시험 단기학원에서 70여명의 수강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해당 학원 강사가 현장강의를 고집한 것이 집단감염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확진된 수강생들은 모두 지난 21일 전국에서 시행된 2021학년도 중등학교 체육교과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중등교원 임용시험) 대비를 위해 개설된 A강사의 수업에서 발생했는데 인터넷강의 요구가 많았는데도 현장강의를 강행해 확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A강사의 수업을 들으면서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해왔다는 20대 여성 B씨는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 9월5일부터 매주 토요일 수업이 이뤄졌는데 10월10일까지는 대형학원 집합금지 조치 때문에 인터넷강의로 진행됐지만, 10월17일부터 11월14일까지는 현장강의로 진행됐다”며 “여러 수강생이 인터넷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장강의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B씨는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고 지방에 사는 수험생도 상당수였기 때문에 현장강의를 하더라도 동시에 인터넷강의를 제공해줬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학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며 “답답해서 학원 측에 문의도 했는데 인터넷강의 제공 여부는 강사 권한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강사의 현장강의에는 평균 400여명의 수강생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층 강의실에서 현장강의가 이뤄졌고 6층과 9층에 있는 강의실에서는 수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현장강의를 들은 수험생이 18일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23일 낮 12시 기준으로 69명의 수강생이 확진됐다. 이 가운데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 예정이었던 67명은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호남권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C씨는 지난 14일까지 A강사의 수업을 들은 이후 지난 20일 확진 판정을 받아 이번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C씨는 “현장강의로 전환할 때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되는 사람은 오지 않아도 되고 (인강을) 다 제공해주겠다고 처음에는 얘기했지만 이후 (강사가) 전화해서 다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더라”며 “인터넷 강의를 어떻게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봐도 나오면 좋겠다고만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강사와 수강생이 모인 모바일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는 지난 22일 ‘직강 전환 시점에 너무 걱정되니 온라인으로 보게 학원 측과 선생님께 부탁드렸는데 의견들을 묵살하고 그냥 직강밖에 없다. 걱정하지 말고 수업 들으러 와라. 이 상황에서 간절한 수험생들이 온라인 대체를 안해주니까 직강 갔던 마음은 모르시죠?’라는 성토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학원 내 거리두기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B씨는 “따로 떨어진 책상이 아니라 긴 책상을 함께 쓰는데 가림막도 없고 가방을 사이에 두고 띄워 앉는 방식이라 충분히 거리두기가 안됐다”며 “특히 앞뒤 좌석 간격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해서 다닥다닥 앉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B씨는 “(A)강사는 집단감염이 터진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에 ‘시험 보지 못한 친구들,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밥 잘 먹고 기운차리세요. 1년 금방이에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글을 올렸다”며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뉴스1은 A강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학원 관계자는 “강사 말로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시험 적합성에 맞게 강의하려면 (현장강의가) 최선이었다고 한다”며 “현장강의 재개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였기 때문에 더 좋은 강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학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다가 사고가 터지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해당 학원을 상대로 이날 관계기관 합동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종 실태조사 결과 학원의 방역 소홀로 감염이 확산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감염병예방법상 과태료, 고발, 구상권 청구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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