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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은 언제 다시 강팀이 될 수 있을까?[발리볼 비키니]

입력 2020-11-23 15:34업데이트 2020-11-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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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삼성화재가 22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2-3(25-20, 25-18, 24-26, 11-25, 8-15) 역전패를 당하면서 프로배구 세계에 만 15년이 넘는 생존 기간을 자랑하던 존재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 삼성화재는 V리그 정규리그에서 통산 376승 162패로 정확하게 승률 0.700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통산 승률이 0.698로 내려앉았습니다.

삼성화재 통산 승률이 0.700 밑으로 떨어진 건 프로배구 출범 후 세 번째 경기였던 2005년 2월 26일 2승 1패로 승률 0.667을 기록한 뒤 이날이 5748일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삼성화재가 다시 통산 승률 0.700 이상을 기록하려면 최소한 2연승이 필요합니다. 이번 시즌 일정을 보면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을 연달아 물리쳐야 하는 것.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삼성화재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번 시즌에는 ‘숙적’ 현대캐피탈도 같이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역대 통산 승률 1위 자리를 내줄 걱정은 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후 처음으로 6연패에 빠져 있는 현대캐피탈은 이날 현재 통산 승률 0.684(369승 170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는 두 팀이지만 현재 순위표에서는 삼성화재가 승점 10점으로 6위, 현대캐피탈이 8점으로 최하위(7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시즌 두 팀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일.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때 “4월 부임 이후 계속 변화를 외치고 있다”면서 “변화된 성적까지 같이 보여드리면 좋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 역시 시즌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34) 등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최근 취재진으로부터 핼쑥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래도 두 팀이 이렇게 못하는 건 많은 배구 팬에게 여전히 어색한 일. 도대체 두 팀이 이렇게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를 알아보려고 ‘랜덤 포레스트’라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2019~2020 시즌까지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다섯 번째 세트를 제외하고 총 3810세트 기록을 ‘간단’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 기간 팀 승리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히) ‘공격 효율’이었습니다. 공격 효율이 중요한 정도를 100이라고 할 때 △블로킹 39 △서브 29 △리시브 24 △디그 24 정도로 영향을 끼쳤습니다.

머신러닝에서 알고리즘 성능 측정에 활용하는 수신자 조작 특성(ROC) 곡선. 아래 넓이가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좋습니다.


그리고 공격 효율에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공격 유형은 ‘오픈’이었습니다. 삼성화재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오픈 공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바르텍(30·폴란드)은 오픈 효율 0.201로 공격 점유율이 10%를 넘어가는 선수 18명 가운데 14위에 그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는 물론 가장 나쁜 기록입니다.

현대캐피탈 다우디(25·우간다)는 오픈 효율 0.282로 외국인 선수 가운데 3위(전체 6위)로 중간은 갔습니다.

문제는 2단 연결 상황에서 너무 많은 공이 다우디를 향해 올라온다는 것. 다우디는 팀 전체 오픈 공격 시도 가운데 54.4%를 책임졌습니다. 이보다 오픈 점유율이 높은 선수는 KB손해보험 케이타(69.8%) 한 명뿐입니다.

그래프에 17명만 있는 건 현대캐피탈 송준호가 마이너스(-) 효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오픈 공격이 아니더라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모두 전체적으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

삼성화재 공격 시도 가운데 45.4%가 바르텍 차지였고, 다우디 역시 공격 점유율 45.2%로 바르텍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특정 선수에게 45%가 넘는 세트(토스)를 몰아준 건 KB손해보험, 삼성화재 그리고 현대캐피탈뿐입니다.



그래도 다우디는 이 많은 세트를 공격 효율 0.361로 연결합니다. 공격 점유율 10%를 넘는 선수 가운데 역시 6위(외국인 선수 3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반면 바르텍은 이번에도 16위(0.275)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가장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가 바르텍입니다.

전체 선수 명단을 보면 삼성화재에서는 신장호(24), 현대캐피탈에서는 송준호(29) 이시우(26)가 제법 괜찮은 공격 효율을 선보이고 있지만, 세터가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삼성화재 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세터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물어봤더니 모두 바르텍을 1순위로 꼽았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고 감독이 ‘세터들’이라고 표현한 김광국(현 한국전력) 김형진(현 현대캐피탈) 노재욱(군 복무) 모두 현재 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바르텍이 공격에서 헤매고 있는 건 세터 변화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브를 넣고 있는 삼성화재 바르텍(왼쪽)과 현대캐피탈 다우디.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혼자 하는 서브도 문제입니다. 남자 배구 경기에서 전체 랠리 가운데 70% 정도는 상대 서브를 받은 팀 득점으로 끝이 납니다. 달리 말하면 서브를 넣는 팀이 득점에 성공할 확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날 현재 남자부 서브 팀 득점 비율은 31.3%입니다.

결국 ‘좋은 서버’는 이 득점 비율을 끌어올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구에서 ‘서브 에이스’가 가치가 높은 건 다른 플레이 없이 곧바로 팀 득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르텍 서브 차례 때 삼성화재가 득점에 성공한 비율은 20.5%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서브를 가장 많이 넣은 25명 가운데 가장 이 비율이 낮은 선수가 바로 바르텍입니다.

V리그 무대를 밟은 뒤로 줄곧 ‘서브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현대캐피탈 다우디 역시 서브 시 팀 득점 비율 26.3%로 뒤에서 네 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 감독은 한국전력에 역전패한 뒤 ‘바르텍이 너무 힘이 들어가 보인다’는 질문에 “실력 같다. 바르텍은 구단과 다시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교체 카드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고 감독 역시 “쉽지는 않겠지만 된다면 우선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리빌딩을 한다고 했지만 지기는 싫다. 리빌딩이라고 선수들이 져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만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21일 KB손해보험전 2세트 작전타임 도중 “안 된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되 이런 식으로 지면 화가 나야 돼. 열이 받아야 돼”라고 소리치며 선수들을 다그친 것 역시 고 감독과 같은 심정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겁니다.

현대캐피탈로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허다르’ 허수봉(22)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다는 점. 최 감독은 허수봉 복귀와 함께 새로운 포메이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캐피탈 복합 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연습 경기를 진행 중인 두 팀 선수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냉정하게 말해 최근 프로배구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게 사실.

이에 대해 “그래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이 살아나야 남자부도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다른 팀 관계자도 적지 않습니다.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이는 ‘V 클래식 매치’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요?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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