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전처 “사람이 먼저라더니…아이가 죽고 싶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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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2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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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전 부인이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침해 진정서를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정인은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며,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신해 그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뉴시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의 전 부인이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침해 진정서를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정인은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며,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신해 그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뉴시스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 사건과 관련해, 이 씨의 아들 A 군(17)이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 씨 유족은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을 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진정 대상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다.

A 군의 어머니이자 이 씨의 전 아내인 B 씨(41)는 “저는 북한해역에서 사살당한 공무원의 열여덟 살 아들과 여덟 살 딸의 엄마다”라며 “오늘 저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이 자리에 섰다. 제 인생은 둘째 치더라도 제가 낳은 제 아이들이 너무 가여워 매일을 가슴으로 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벌거벗겨진 기분으로 매일을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살아내고 있다”며 “남편을 찾지도 못했고 장례식도 못 하여 편하게 보내주지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 세 사람에게 남은 건 적나라하게 공개된 사생활로 그 어디에도 서지 못하는 현실뿐”이라고 덧붙였다.

B 씨는 “제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은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사람이 먼저인 곳이었다”며 “하지만 큰 사건의 중심에 서고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저와 아이들이 설 곳은 없었다.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여 명예살인을 자행하였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 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되어 제 자식들의 미래를 짓밟아 놓았다”고 꼬집었다.

“민감한 금융거래 조회, 동의 없이 언론에 발표”
B 씨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는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 있음에도 금융거래를 조회하여 민감한 부분을 동의 없이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도박을 한 사실이 월북의 직접적인 이유인 것처럼 발표하여 아이들을 학교조차 갈 수 없게 만들었다”며 “모든 사람의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경찰이 내 아들의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공포까지 밀려온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빠 목소리 듣고 싶다고 우는 딸에게 엄마가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고 예민한 시기의 아들이 나쁜 생각 갖지 않게 하려고 저는 광대가 되어야 했다”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내 아들과 딸이 당당하게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로서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라며 흐느꼈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앞서 이 씨는 지난 9월 22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38㎞ 떨어진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졌다. 군 당국와 해경은 이 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신 의원은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며 “월경을 해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면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상식”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또 해경은 지난달 22일 “이 씨가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유족은 “월북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도박 사실을 집중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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