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44% “코로나19로 연구에 차질…연구기간 연장해야”

한국연구재단,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원생 어려움 설문
세계적 이동 제한으로 전문 수리인력·시약·재료 수급난
"실험 소재·시약은 선진국에서 가져다 쓰는 경우 많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 운영…사업기간 늘려야"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국가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생들이 실험 장비와 재료 공급의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학원생들은 시한이 정해진 국가 연구개발사업(R&D) 기간을 당초보다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17일 한국연구재단의 이슈리포트 ‘청년과학자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요인 분석’에 따르면, 대학원생은 1573명 중 701명(44.5%)이 코로나19로 인해 ‘실험 장비 및 재료 공급 지연 등으로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했다’ 문항에서 ‘어려움이 커졌다(5~7점)’고 답했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등 연구진이 실시한 이번 설문은 지난 4월27일~5월8일 이메일 방식으로 대학원생 등 청년과학자 1899명, 대학교수 등 연구책임자 33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묻는 설문조사 문항은 대학 교수의 연구과제에 참여하거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 또는 이를 진행하는 교수로 대상을 한정했다.

설문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증가했다’가 7점 만점에 5.18점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으며, ‘실험 장비 및 재료 공급 지연 등으로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했다’가 5.03점으로 뒤를 이었다. 설문에서 ‘보통이다’가 4점으로, 5점을 넘으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늘었다고 해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과 여행이 제한된 상황 속에 해외에서 공수해야 하는 실험장비, 시약 등 재료 수급난이 빚어졌다는 답변도 눈에 띈다. 소재나 시약의 경우 아직 한국보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선진국의 것을 많이 가져다 쓰는 경향이 많은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연구 분야도 차질을 빚었다는 얘기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설문 답변에서 “연구 장비가 망가졌을 때 해외 인력이 수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인력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장비, 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국가 R&D 종료 기간을 늘려주면 좋겠다”는 등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구진은 대학원생 113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대학원 수업의 모습도 함께 조사했다.

1학기 대학원 수업은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답변이 1130명 중 953명으로 84.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대면·비대면 혼합은 117명(10.4%), 전면 대면 방식은 60명(5.3%)에 그쳤다.

전면 온라인 방식의 대학원 수업에 대해 응답자 31.0%는 ‘매우 불만족’ 또는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은 28.6%로 조사돼 불만이 다소 높았다.

불만스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1070명 중 291명(27.2%)이 끊김, 접속 오류 등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강의 콘텐츠 등 교수의 준비, 전달력 부족’이 228명(2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8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 ‘청년과학기술인의 연구 및 학업 관련 애로사항’의 후속 정책을 검토하기 위해 이뤄졌다.

고 교수 등 연구진은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연구 실적에 대한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과제 기간을 연장하거나 성과 지표를 변경하고 연구실에 바뀐 내용을 알려 빨리 연구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에서 재료나 장비를 사들이는 경우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