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 유입 원천 차단… 빅데이터 기반 ‘AI정수장’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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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국 정수장 대대적 개선

7월
 21일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 정수과 직원들이 활성탄 흡착지실에서 채취한 활성탄 시료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상수도사업본부는 이곳을 포함해 서울 6개 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깔따구 유충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7월 21일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 정수과 직원들이 활성탄 흡착지실에서 채취한 활성탄 시료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상수도사업본부는 이곳을 포함해 서울 6개 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깔따구 유충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진 데 이어 올해 또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검출되자 수돗물, 특히 ‘마실 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졌다. 더욱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환경부가 수돗물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으나 또 같은 지역에서 사고가 나자 신뢰는 더욱 떨어졌다.

잇단 수돗물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수장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 8월 내놓은 ‘수돗물 유충 발생현황과 개선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돗물 유충 사태는 상수도사업소 운영자들의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관재(官災)’”라며 “수돗물 품질을 위한 인증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9월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서울 정수장

정수장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가 있다. 1908년 국내 최초로 수돗물을 생산·공급한 서울 성동구 상수도사업본부 뚝도아리수정수센터를 포함한 6개 정수장은 2016년 국내 수돗물 최초로 국제표준기구(ISO)의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22000을 획득했다.

ISO22000은 한강 원수부터 수도꼭지까지 전체 생산과정에 식품위생 안전관리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상수도사업본부는 고도정수처리장에 설치된 모든 입상(粒狀·알갱이 모양)활성탄 여과지를 밀폐형 구조로 관리하고 있다. ISO22000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부 기준에 따라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폐기물, 청소, 해충 등 각종 위생관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수센터 생산시설 출입구에는 에어커튼이 설치되어 있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위생가운과 덧신을 착용해야 한다.

7월 인천 수돗물 깔따구 사태가 벌어지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생산단계별로 유충 모니터링을 했으나 유충이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와 민관 합동조사단의 두 차례 조사도 거친 결과다. 백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올해 유충 사태를 계기로 방충망, 해충퇴치기 등의 시설을 다시 점검하는 등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이 같은 서울 정수장의 사례를 보고 내년까지 ISO22000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안심하고 ‘마실 물’ 만들기 위해

환경부가 내놓은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은 인천 수돗물 유충 사고에 대한 조사결과와 전국 484개 정수장에 대한 점검 결과 등을 반영해 16개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대책이 잘 작동할 경우 우리나라 수돗물 정수장은 대대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환경부는 2022년까지 1411억 원을 들여 정수장 안 생물체의 유입 및 유출을 5중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우선 △출입문·창문의 미세방충망 △건물 내 포충기 △활성탄지 상부 밀폐 등으로 생물체 유입을 막고, 설령 생물체가 유입되더라도 △활성탄 세척주기 단축 △활성탄지 여과기능 강화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개념도 도입된다. 수돗물 생산량, 약품 주입량 등 다양한 요소들을 AI 기반으로 결정해 최적의 생산 방안을 도출해낸다는 의미다. 광역상수도 43개 정수장은 2023년까지 도입을 끝내고, 각 지방자치단체 정수장은 2022년부터 도입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원격감시시스템(TMS)도 단계적으로 도입해 수돗물에 이물질이 있는지 등을 24시간 감시하기로 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수돗물 생산시설에 대한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형 수도시설 위생관리 인증제’도 만든다. ISO22000 같은 기존 인증제는 본래 식품공장에 적용되는 시스템이고, 비용과 서류 작업량이 많아 중소 규모 지방자치단체는 도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시 이후 두 번째로 ISO22000을 받은 경기 부천시는 최초 인증을 받을 때 약 1억 원을 썼다. 환경부는 모든 지자체가 인증제를 통해 위생관리를 할 수 있도록 ISO22000뿐 아니라 식품안전관리제도(HACCP)의 장점만 모아 국내 정수장에 적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내년에 근거법을 만들어 2022년부터 인증을 추진한다.

수질 관리항목에 ‘이물질’을 도입한다. 그동안은 수돗물에서 붉은 물, 유충 등이 나와도 수질 기준 값이 기준 이내로 판정됐다.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다 보니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운영인력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정수장 규모별로 최소 인력 기준을 만드는 등의 대책이 담겼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수돗물 관련 대책을 통해 유충 발생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돗물을 생산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 주요 내용
▽생물체 유입·유출 5중 차단

▽원격감시시스템으로 정수 상황 24시간 확인

▽한국형 수도시설 위생관리 인증제 도입

▽수질기준에 ‘이물질’ 항목 도입

▽수도시설 규모별 최소 운영인력 배치기준 마련

자료: 환경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수돗물 안전관리#ai정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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