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입시상담에 60만원” 고액 컨설팅 성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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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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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낭비라는 후기도 많이 봤어요. 그래도 일생에 한 번일지 모르는데 꼭 받고 싶어요.”

고3 자녀를 둔 A 씨가 대입 정시모집 컨설팅 업체를 찾아 나선 이유다. 첫 아이라 입시 정보가 부족한데다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늦어져 지원 전략을 세울 시간이 촉박한 탓이다. 컨설팅 업체들이 부르는 가격은 회당 50만 원 안팎.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입시전문가 선택을 포기할 수 없을만큼 상황이 절박하다.

11일 학원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수능을 앞두고 일찌감치 정시 대비 컨설팅을 예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능이 2주 늦춰지면서 수험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 정시 지원 전략을 고민할 시간이 짧아진 영향이 크다. 불과 2주 만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학교나 학원에 가지 못한 탓에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이전보다 더 크다. 컨설팅 업체들은 이런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정시에서는 가, 나, 다군에서 각각 한 학교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점수대라도 지원 학교를 어떻게 조합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눈치 경쟁이 치열하다. 학부모들이 컨설팅 업체를 찾는 목적이다. 상담 가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 어떤 학원은 각 군별로 9만 원씩, 최대 27만 원을 받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쪽에서는 1회 상담에 50만~60만 원을 받는 곳도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속성, 비대면 컨설팅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입시업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상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카카오톡으로 15분 상담하는 데에 20만 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전화는 30분 기준 25만 원, 이메일로 분석 결과를 보내는 건 15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갖가지 컨설팅 서비스가 성행하지만 상담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재수를 하지 않는 한 보통은 대학 입시를 한 번만 치르기 때문에 입시 컨설팅은 고객의 재방문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특수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상담 수준이 가격에 비해 부실하다는 불만이 많아도 이듬해 다시 새로운 수요자가 몰린다. 지난해 고3 학부모였던 A 씨는 “비싼 돈을 주고 컨설팅을 부탁했더니 입시 포털에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점수를 입력하고 읽어주더라”며 “더 이상 컨설팅 받을 일이 없으니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교습소로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치고 빠지기’식으로 운영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능 때에만 잠깐 무등록 교습소를 열었다가 곧장 폐원하는 걸 반복하는 입시 컨설팅 업자들이 있다”며 “피해가 나도 구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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