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마스크에 가리는데”…‘눈’에만 힘주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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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8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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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소속 판매직원인 고유진씨(33·가명)는 매일 아침 출근길 메이크업에 1시간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었다. 자신의 이미지가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생각에 화장과 옷차림에 유난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침으로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어지자 유진씨의 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눈가 화장을 제외한 부분에 색조 화장을 최소화하기 시작한 것. 고씨는 “매일 아침 화장에 쏟아붓는 시간이 어마어마했는데 이제는 절반도 채 안 된다”며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 메이크업 트렌드에서 ‘계절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매년 봄이면 분홍색 블러셔와 립스틱을, 가을에는 코랄빛 립스틱을 찾던 이들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마스크’를 지목했다. 실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과거와 달리 여성들 사이에서는 블러셔·립스틱 등 계절감을 나타낼 수 있는 색조 화장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마스크로 인해 무너지는 화장을 최소화하고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는 ‘눈 화장’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어차피 마스크 쓸 거니까”…‘눈’에 힘주는 여성들

1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마스크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3일부터는 버스·지하철·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로 자리 잡으면서 메이크업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제외하고 메이크업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피부를 연출하는 화장법이 여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8일 국내 1위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인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최근 한 달(9월 5일~10월 4일) 아이 메이크업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색조 화장품 판매량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불경기엔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옛말도 무색해졌다. 다만 잦은 마스크 착용으로 마스크에 가려지는 립스틱 대신 화려한 아이 메이크업이 유행이다. 아이라이너는 물론 마스카라·아이섀도·글리터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뷰티 영상 큐레이션앱 ‘잼페이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뷰튜버(뷰티+유튜버)가 ‘가장 사랑하는 화장품’ 20위권에 오른 제품 가운데 아이섀도·마스카라 등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 70%를 차지했다. 대표 인기 상품은 에뛰드하우스의 ‘룩 앳 마이 아이즈’, 클리오 ‘프로 아이 팔레트’, 키스미 ‘히로인 메이크 롱앤컬 마스카라 EX’ 등이다.

반면 마스크에 가려지는 부위에 사용하는 화장품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아이 메이크업 제품과 달리) 베이스 및 립 메이크업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보니 눈에 잘 보이는 곳만 신경을 써서 메이크업을 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마스크로 가릴 수 없는 눈 화장만 공들여 하는 편”이라면서 “눈 화장을 제외한 색조 화장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 안 할래”…외모 코르셋 벗어낸 여성들도 ‘속속’

이처럼 코로나19는 화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에만 화장을 하는가 하면, 일부 여성들은 아예 화장하지 않거나 화장 단계를 간소화하는 ‘화장품 다이어트’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 과거에는 화장·옷차림까지 여성의 외모를 꾸미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알바생들은 현장에서 외모와 관련한 지적을 받은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가운데 64.6%가 외모 품평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꾸밈노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일부에서는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탈(脫)코르셋’ 운동도 번지고 있다. 탈코르셋은 보정 속옷인 ‘코르셋’처럼 현대 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 관리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이미 주요 화장품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으로도 증명됐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1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문도 11.5% 감소한 1조98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화장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가 됐다”며 “전반적으로 화장품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색조 화장품 가운데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아이 메이크업 제품은 꾸준히 수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로 인한 답답함 때문에 ‘노메이크업’을 선언하거나 화장 단계를 간소화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스킨·로션·선크림 등 기능성 화장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트렌드가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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