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74시간…청와대 새벽회의와 4번의 대통령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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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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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뒤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한 뒤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어업지도선 공무원 A씨(47)의 실종 신고 접수부터 그가 북한측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을 확인해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때까지 청와대는 74시간 동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24일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실종’부터 ‘피격 및 시신훼손’까지 이번 사건에 관해 총 4차례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당국과 실시간으로 첩보를 공유, 분석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와 관계장관회의는 각각 1차례, 2차례 열렸다.

A씨가 소연평도 남방 2.2km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1일 낮 12시51분이다. 해경과 해군, 해수부는 선박 20척과 항공기 2대를 동원해 수색을 시작했다.

A씨는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실종신고 지점으로부터 38km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한다.

북측이 발견한 인물이 A씨일 수 있다고 파악한 것은 22일 오후 3시30분쯤이고, 오후 4시40분쯤 A씨로 특정했다고 한다. 두 첩보 모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실시간 공유됐다.

군은 북측이 A씨를 발견한 뒤 A씨가 해상에 있는 상황에서 표류 경위를 확인하고 월북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36분 ‘북측이 A씨를 발견했다’는 ‘실종’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 받았다. 이번 사건에 관한 첫 대통령 보고다.

북측은 오후 9시40분쯤 A씨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군은 30분쯤 지난 오후 10시11분쯤 A씨 시신을 태우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 불빛을 감시장비로 파악했다. 서욱 국장부 장관은 오후 11시 이에 관해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도 동시에 보고됐다. 보고된 첩보에는 A씨가 북한의 총격을 받고 시신이 불로 태워졌을 가능성이 포함돼 있었다.

2시간 뒤인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다. 서 실장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해 오전 2시30분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이들은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게 공개될 사안인지 여부에 관한 분석도 이뤄졌다고 한다.

관계장관회의가 진행되던 오전 1시26분 제75차 유엔(UN)총회 10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문 대통령의 화상연설이 방영됐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연설영상은 지난 15일 사전 녹화해 18일 유엔에 보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A씨 ‘피격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은 관계장관회의 종료 6시간 후인 오전 8시30분이다. 서 실장과 노 실장이 30분간 A씨 사살 및 시신훼손 첩보에 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시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 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11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식을 진행하고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라며 “이럴 때 국방력은 전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같은 날 오후 4시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달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24일 오전 8시 청와대는 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국방부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 오전 9시 노 실장과 서 실장이 분석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 “NSC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 실장은 이날 낮 1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한국판 뉴딜’ 현장인 경기 김포의 민간 온라인 공연장에서 열린 보고회에 참석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은 오후 3시 성명을 발표하고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우리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실종신고 접수 74시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한국판 뉴딜’ 현장인 경기 김포의 민간 온라인 공연장에서 열린 보고회에 참석한 뒤 노 실장과 서 실장으로부터 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북한에 촉구했다. 아울러 “군은 경계태세 더욱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대책 갖추라”고 지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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