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일평균 10.2시간 운행…81% “승객 폭언 당해”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2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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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택시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장시간 운행 원인…'임금 체계'와 '낮은 임금'
정신 건강도 심각…본인대처-회사조치 미흡

택시 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0.2시간을 운행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택시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을 경험했다고 말해 정신건강 역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택시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5월 전국택시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및 경기지역본부 조합원 518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한 방식으로 실시한 결과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들의 일평균 순수 운행시간은 총 10.2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택시 입출고 시간과 운행 중 휴식, 식사시간 등을 제외한 것이다.

특히 교대 근무와 같은 ‘2인1차제’보다 혼자 일하는 ‘1인1차제’ 택시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 운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1차제의 일평균 운행시간은 11.6시간으로 2인1차제(9.8시간)보다 1.8시간 길었다. 이는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일평균 노동시간(9시간)보다는 2.6시간, 준공영 지역 시내버스 노동자의 운행시간(9.1시간)과 비교해서도 2.5시간 긴 것이다.

장시간 운행의 주요 원인으로는 임금 체계와 낮은 임금 등이 지목되고 있다.

과거 문제로 지적된 ‘사납금제’가 폐지되고 최근 월급제라는 ‘운송 수입금 전액 관리제’가 도입됐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사납금제를 유지하거나 유사 사납금제가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 때문에 택시 노동자들은 회사에 납입해야 하는 금액을 채우기 위해 무리해서 장시간 운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택시 노동자의 83%가 이를 장시간 운행의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장시간 운행이 수면시간 부족 등 일·생활 불균형으로 이어지면서 택시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칫 교통사고 발생 위험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택시 노동자 10명 중 8명에 달하는 81.3%가 최근 1년간 승객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에 1~2회가 3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노총은 “승객으로부터 폭언 등에 노출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장시간 운행을 들 수 있다”며 “실제로 폭언 등 노출 빈도와 장시간 운행의 상관 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승객으로부터 폭언 등을 빈번하게 경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 방법을 보면 ‘그냥 참고 넘어감’이 6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26.6%), ‘즉시 제지하거나 맞대응’(8.3%) 순이었다.

폭언 등 경험 시 회사에서의 조치도 상당히 미흡했다. ‘아무런 조치 없음’이 무려 84.9%를 차지했고 ‘무급병가 휴가’(4.7%), ‘유급병가 휴가’(1.9%), ‘심리상담 등 검진지원’(0.7%) 등은 매우 미미했다.

한국노총은 “택시 노동자들은 심각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어떠한 제도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택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증진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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