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중국은 무법 불량배”… 에스퍼 “동맹국들 방위비 더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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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현재 주한미군 철수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 “국무부 안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7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국방부 등 다른 미 행정부 부처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담당하는 국무부 차원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철수 같은 문제는 동맹국이나 미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스틸웰 차관보는 “이런 사안은 모두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상의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동맹국이나 의회와 논의 없이 전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의 감축 여부는 미국 국방부가 올 3월 백악관에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7월에 나온 이후 계속 논란이 돼 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당시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해외 주둔 병력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한국에서 빼내라고 말했다거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는 회고록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다시 불거지는 감축설로 인한 동맹국과 미 의회의 우려를 일단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사전 준비한 서면 발언과 현장 질의를 통해 중국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중국의 최근 행동을 보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아닌 ‘무법의 불량배’(lawless bully)와 같다. 최근 몇 달 간 중국의 행동 중에는 특별히 지독한 사례들이 있었다”며 중국 서부 신장과 홍콩, 남중국해 등의 이슈를 언급했다. 다만 “중국과의 경쟁이 갈등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가령 북한과 관련한 사안 등에 대해서는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동맹국에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재차 촉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16일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연설에서 “동맹국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까지 늘려야 한다”며 “동맹국들이 지금 우리 미국이 하는 것처럼, 방위 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동맹국들도 이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올리라고 강하게 압박해 왔다. 동맹국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서비스’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GDP 2%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기 때문에 당장 압박을 받을 일은 없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6~2016년 11년 동안 GDP의 2.6%를 국방비로 썼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가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적다는 점을 들어 7월 주독미군의 3분의 1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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