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1년만에 일본 소비자 다시 만난다…수소차로 자사 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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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일본에 친환경차 홍보를 위해 개설한 일본어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일본 홈페이지 캡쳐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일본에 친환경차 홍보를 위해 개설한 일본어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일본 홈페이지 캡쳐
11년 전인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현대자동차가 16일부터 일본 소비자들을 다시 만난다. 당장 완성차 판매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브랜드’로서의 현대차의 경쟁력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수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본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직접 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달 초 일본어판 인터넷 홈페이지(www.hyundai.com/jp)를 개설했다. 현대차는 일본 내 승용차 판매 중단 후 상용차 영업 및 일본 기술연구소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했으나 승용차 전용의 홈페이지를 따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2001년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를 시작했던 현대차는 2000년대 중반 한류 열풍에 힘입어 ‘쏘나타’ 등으로 공격적인 판촉을 펼쳤지만 2009년말까지 누적 1만5000여 대 판매에 그쳐, 일본 승용차 사업을 접고 상용차와 연구개발(R&D) 조직만 남겼다.

새로 만든 현대차의 일본 홈페이지는 내연기관차량과 친환경차를 같이 홍보하는 여느 해외법인과 달리 친환경차만으로 내용을 채웠다. 특히 현대차가 준비 중인 차세대 전기차 2종(45, 프로페시)을 비롯해 수소전기차 ‘넥쏘’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넥쏘의 경우 직접 일본에서 제작한 홍보영상과 함께 일본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본어 카탈로그도 제공한다. 5분간의 수소충전 만으로 도쿄~히로시마 820㎞를 달릴 수 있다거나, 5년 간 10만㎞의 내구성을 갖춘 품질 등을 강조했다.

소개 자료에 쓰인 넥쏘는 당장 판매를 해도 문제없을 정도로 일본 현지화가 된 모습이다. 한국과 달리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고 차내 라디오도 일본의 FM 주파수 대역(76~95㎒)을 지원한다. 현대차 일본 상용차 법인이 있는 요코하마 지역의 번호판을 달고,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이 있는 도쿄 하루미 지구를 비롯해 도쿄 도심 곳곳을 주행하는 영상도 담았다. 16일부터는 도쿄 다이칸야마에서 넥쏘를 일반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현장 전시회도 개최한다. 현대차는 앞서 일본 유튜버 및 자동차 전문가 등 소수에게만 넥쏘를 선보였지만 일반인 앞에 넥쏘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현대차의 수소캠페인 모델 ‘방탄소년단(BTS)’ 기념품도 증정한다. 이번 마케팅은 별도의 일본 내 조직을 만들지 않고 한국 본사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일본에서의 승용차 판매 재개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로 꼽고 관련 산업을 육성 중인 일본에서의 시장조사 차원이지 직접 판매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사회 구현에 관심이 높은 일본은 현대차가 꼭 분석해야하는 곳”이라며 “수소를 비롯한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력과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에게 알리려한다”고 이번 홈페이지 개설과 홍보 배경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일본 가루이자와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 당시, 넥쏘 5대를 일본에 보낸 걸 시작으로 현재 10여 대의 넥쏘 일본 모델을 시험, 홍보 목적으로 운용 중이다.

도요타와 혼다가 양분하고 있는 일본 수소차 시장은 내년 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놓칠 수 없는 연구 대상이자 미래 시장이다. 일본은 올해 8월 기준으로 한국(연구용 제외 35개)의 4배에 달하는 133개 충전소를 가동 중이고 물류, 부동산, 에너지, 자동차, 철도 등 여러 업계가 정부와 함께 도심 충전소를 적극 발굴해 수도권에만 충전소 51개가 있다. 수소를 차세대 동력원으로 육성 중인 도요타는 수소차 ‘미라이’뿐 아니라 수송, 충전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세계 수소산업에서 현대차그룹과 경쟁하고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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