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빼내라!” vs “미친 짓” 폭로한 날…트럼프 또 철수 명령,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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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 적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단시일 안에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가 속도전 양상을 띄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주한 미군 빼라” VS 매티스 “미친 짓”
미 일간 USA투데이는 이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를 사전 입수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실제 “빼내라(Get them out)”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를 원했고, 한 번은 즉석에서 급하게 “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했다. 이러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그건 미친 짓이다. 위험한 일이다”고 만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됐지만 실제 철수 명령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철수 명령 시기나 명령을 내린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한국과의 군사훈련 취소 결정을 내리자 매티스 장관이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미국을 파괴하는지를 진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주한 미군 철수 명령’ 보도가 나온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감축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아주 단기간에 군인(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에서도 매우 짧은 기간에 (미군을) 2000명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각각 5000명, 3000명 이하로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추가 감축을 공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월 주독미군 3만6000명의 3분의 1 규모인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속도를 내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대선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주한미군 감축 논의도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재선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바이든, 트럼프 新핵무기 공개에 “국가안보 개념 없다”
9일 CNN에 따르면 지난 1월 우드워드 편집인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입수한 사실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을 조롱해선 안 된다. 당신이 그를 조롱해서 벌어지는 핵전쟁이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 친서의 민감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다고 본 것. 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11일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간 ‘격노’의 후폭풍은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험성을 초기에 왜 숨겼냐’는 질문에 대해 “끔찍한 질문”이라며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던 것은 우리는 침착해야 하고 패닉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미시건주 유세에서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전쟁 대신 만남에 동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대북 성과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 존재를 공개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전날에는 “미국인의 생사가 걸린 배신행위를 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 부편집인과 18번이나 만나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내용을 털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거나 대화 녹취까지 허용했다. 이에 대해 CNN방송은 “트럼프만큼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나오는지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며 집착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는 자신이 좋게 그려지도록 우드워드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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