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흙수저’ BTS의 ‘뉴 노멀’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9월 11일 06시 57분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왼쪽부터 진·RM·슈가·정국·지민·뷔·제이홉). 11일부터 서울의 매력을 소개하는 영상 ‘서울에서 만나요’(SEE YOU IN SEOUL)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만난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왼쪽부터 진·RM·슈가·정국·지민·뷔·제이홉). 11일부터 서울의 매력을 소개하는 영상 ‘서울에서 만나요’(SEE YOU IN SEOUL)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만난다.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포브스 “빌보드 1위 서양가수 몇배 노력”
지하실 연습생들, 눈물과 땀의 인간승리
SNS로 가치관·일상 공유 ‘아미의 기적’
위로와 희망 메시지·독창적 스토리텔링


스스로 ‘흙수저’라 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고서는 이름조차 알리기 쉽지 않은 현실. 마땅한 무대를 찾는 건 어려웠다. 비좁은 지하연습실에서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여기, ‘우리의 노래가 있으니 들어 달라’며.

8일(이하 한국시간) 그룹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팝음악 시장에서 단 20곡에 불과한 빌보드 싱글차트 ‘핫(HOT) 100’ 2주 연속 1위곡의 목록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올려놓았다. 앨범차트 ‘빌보드 200’의 네 앨범 연속 1위에 이은 것이다. 하지만 음반 구매량 등 팬덤 영향이 큰 앨범차트와는 달리 싱글차트는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라디오 방송 횟수 등으로 단일곡의 대중성을 따진다. ‘다이너마이트’가 전 세계 최고의 인기곡임을 말해준다.

그러기까지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은, 미국 포브스의 표현을 빌어,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포브스는 9일 이들의 “팬덤이 계속 자라나고 있고, (인기가)오랫동안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뉴 노멀임을 입증했다”고 썼다. 실제로 이들은 7년에 걸친 ‘노력’의 과정에서 ‘SNS’를 통해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케이팝의 ‘뉴 노멀’을 제시하고 있다.



● 노력…”죽기 살기로“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이 동시대 서구 아티스트들보다 수년간 두 배나 더 열심히 노력해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를 자부심으로 드러냈다.

‘다이너마이트’가 첫 1위에 오른 직후인 2일 멤버 뷔는 데뷔 즈음인 2013년 겪은 택시 ‘바가지’ 요금 피해를 떠올렸다. 그는 “고향(대구)에서 빈손으로 올라와 아빠와 택시를 탔다. 목적지인 신사역까지 터널을 세 개나 지났다”면서 택시기사가 아직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속인 채 시내를 빙빙 돌았던 추억을 돌이켰다. 그리고 “좁은 지하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 춤과 노래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중소 규모였다. 방송 출연 기회 등 얼굴과 이름을 알릴 무대를 쉽게 찾지 못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스스로를 ‘흙수저 아이돌’로 부르는 배경이다. 2013년 싱글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로 데뷔한 뒤 한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마냥 음악과 춤이 좋아 시작”했다는 제이홉은 “신인 때 팀 이름 한 번 더 알리려 죽기 살기로 했다. 체력이 닿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뿌듯해 했다.

● SNS…스스럼 없는 친구처럼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것은 SNS 활동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가장 먼저 유명세를 떨치게 된 계기이다. 실제로 SNS를 기반으로 가수의 인기 척도를 나타내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2016년 10월19일 이후 165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SNS를 써왔다. 소속사에만 기댈 수 없었던 ‘흙수저’로서 자신들을 알릴 수단이었다. 모든 일상을 세세히 공개하며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일정한 이미지 콘셉트와 치밀한 기획으로 SNS를 활용하는 여느 아이돌과 달랐다.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유튜브도 시작해 일상을 수시로 드러내며 전 세계 팬들과 대화하고 있다. 멤버 진은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리고 싶고, 슬픈 일이 있으면 숨기고 싶고, 좋은 마음과 모습을 공유하고 싶은 존재”로 팬들을 가리켰다. ‘아미’로 통칭되는 팬들과 이들은 서로 스스럼없는, ‘친구 같은’ 친밀감을 쌓아왔다.

여기에 “진심”을 더했다. 팬들이 좋아하는 것이 이처럼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진심의 메시지는 바로 가치관, 이들이 말하는 ‘세계관’으로 이어졌다.



● ‘세계관’…희망과 위안의 메시지

메시지는 “진짜 너희가 원하는 게 뭐니?” “너희가 하고 싶은 게 뭐니?”라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방시혁 대표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2014년 노래 ‘상남자’의 노랫말에도 담긴 질문에 이들은 희망과 위로를 말했다.

2015년 ‘화양연화’, 2018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지난해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등 앨범에 치유와 위안,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잇따라 담았다. 단순한 콘셉트나 이미지를 뛰어넘어 일정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연작의 방식, 곧 ’세계관‘을 형성했다. 네 앨범 연속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UN 총회장에서 전 세계 청춘에게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팝스타 할시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자존감의 긍정적 메시지, 빛나는 노래에 숨은 복합적 철학, 정교한 안무에 담긴 형제애”를 찬사했다.

이른바 ‘칼군무’로 불리는 케이팝의 전형적인 안무도 그렇다. 이들은 하나의 스토리를 갖춘 무대로 화려한 춤 실력을 과시해왔다. ‘퍼포먼스 그룹’이라 불리는 이유다. 영국 BBC는 ”정밀하게 짜인 율동“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방탄소년단은 이 같은 스토리텔링과 ‘세계관’의 독창성을 캐릭터, 게임, 소설과 동화책 등 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방시혁 대표는 “대중음악이 전하는 격려와 위로의 힘을 믿었다”면서 “방탄소년단은 진솔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며 또래 세대와 교감하고 함께 성장통을 겪으며 더 단단히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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