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배송 느리지만…열에 여덟 다시 찾는 이커머스, 성공 비결은?[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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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몰 아이디어스 김동환 대표…심사 통한 입점으로 작가들 선별
최저가도 빠른 배송도 아니지만…유니크함 원하는 ‘MZ’ 수요 충족

‘온라인 커머스’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네이버,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일테다. 배달까지 외연을 넓히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정도. 이미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뚝 솟은 회사들이 이렇게나 많다. 요즘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들도 온라인 사업 확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싸다’ ‘빠르다’라는 키워드를 앞세우며 이용자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

이커머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공예’라는 한편으로는 작아 보이는 영역에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다. 아이디어스(회사명 백패커)다. 이 회사는 앞서 언급한 회사들에 비하면 ‘비싸다’ ‘느리다’ 키워드와 더 가깝다. 그런 아이디어스는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만 1000만을 넘어섰다. 월간순이용자수(MAU)는 400만 명, 전년 동기(230만 명)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작다고 치부할 수 없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MZ 세대 눈높이 맞춘 플랫폼

김동환 백패커 대표
김동환 백패커 대표

“작가(아이디어스에서는 판매자들을 부르는 호칭)들은 고객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물건을 만들기 시작해요. 가죽 지갑을 만드는 작가는 좀 더 좋은 가죽을 쓰려하기에 포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최저가 상품들에 비해 단가가 높아요. 배송은 일주일이나 걸리기도 하고, 가구 같은 품목은 심지어 한 달까지 걸리죠. 그럼에도 이용자들이 사고, 또 삽니다(재구매율 80%). 그 이유는 똑같은 모습의 공산품을 쓰기 싫어하고, 개성적이면서 독특한 물건을 쓰고 싶어 하는 ‘MZ 세대’들의 소비 패턴에 아이디어스가 부합한 덕분인 것 같아요.” 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아이디어스의 성장세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특수로 맞이한 것과는 다르게 아이디어스는 팬데믹(대유행)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평균 월 거래액이 80억 원이었다면, 올해는 170억 원을 넘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올해 2000억 원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는 “생필품을 파는 이커머스가 아니어서 코로나19의 영향과 관계없이 꾸준히 거래액이 늘어나고 있으며 월간, 연간 두 배씩 성장했다”며 “다만 코로나19 직후에는 수공예 마스크가 많이 팔렸다면, 팬데믹(대유행)이 일상화된 지금은 마스크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마스크스트랩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작가 로열티 높이고 소비자 팬덤 늘리고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도 수공예 판매자들이 입점해있다. 굳이 아이디어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이디어스에 입점해서 판매하면 내야하는 수수료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작가는 입점 수수료 5만원에 매출 수수료 15%를 내는 방법과 입점 수수료 없이 매출 수수료 22%를 내는 방법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매출의 5~16% 가량을 수수료로 받아가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에 입점한 업체는 수십만 곳이 넘어요. 경쟁이 치열해 판매자들이 상품을 노출시키기가 어렵죠. 노출하려면 광고비를 많이 집행해야 해요. 수수료도 높아 수익을 내기도 힘듭니다. 무엇보다도 수공예 생산 단가가 있다보니 최저가로 판매하기도 쉽지 않아요. 빨리 배송해주기도 어렵고요. 이런 이커머스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수공예 작가들이 맞춰주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수공예 작가들은 이커머스에 입점하는 순간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싸게 만들어서 빨리 갖다 주는 물건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일종의 자존심입니다.”

수수료는 경쟁사 대비 조금 높게 받는 듯 보이지만 아이디어스는 작가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받은 만큼 돌려주고 있다고 믿는다. 작가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아이디어스는 아무나 입점 시키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입점을 하려면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심사를 통과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입점 심사 양식에 맞춰 신청하는 방법이다. 아이디어스는 작가의 작품성, 차별성, 독창성 등을 평가해 입점 여부를 결정한다. 두 번째는 기존 입점 작가의 추천을 받는 것이다. 입점 작가는 신규 작가를 두 명까지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아이디어스의 로열티를 느낀다. 세 번째는 아이디어스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는 방법이다. 아이디어스 직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실력은 있지만 온라인에는 아직 발을 들이고 있지 않았던 작가들을 찾고 있다. 네 번째는 협력 대학에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스와 손잡은 대학에서 공예, 도예를 전공한 학생들 일부는 아이디어스에 곧장 입점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쟁사에 입점하지 않고 아이디어스에만 판매하는 작가들이 많다. 이렇게 입점한 작가는 2만 여 명 정도다.

나아가 아이디어스는 작가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요소들을 접목했다. 여기서부터는 플랫폼이 작가에게 돌려주는 부분이다. 작가를 팔로하면 새로 올라온 상품 정보를 받아 볼 수 있고, 쿠폰 혜택도 주어지며, 그들을 후원(팁)할 수도 있다. 나아가서는 작가들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기도 하고, 무상으로 로고를 디자인해주기도 한다. 2019년부터는 공유 공방을 열어 작가들의 사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플랫폼과 작가 모두 동반성장하고 있다. 아이디어스의 매출 상위 10% 작가들은 월 1000만 원 가량의 매출을 낸다. 연간 억 대 매출을 내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확장서 상품 개선, 해외 진출로

김 대표의 시선은 이미 한국을 넘어서 있었다. 국내 시장을 거점으로 동남아까지 사업을 확대해 미국 온라인 수공예 플랫폼 ‘엣시’에 견줄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엣시는 시가총액 13조 원이 넘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서 정보람 전 쿠팡 대표를 영입했고, 조만간 C레벨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3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사업 전 영역에서 직급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상품을 개선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를 더 모으는데 집중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이용자들이 어느 지점에서 이탈을 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개선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업의 확장입니다. 확장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는데요. 우선 남성 이용자들에게 확장하려 합니다. 아이디어스의 90% 이용자가 여성입니다. 어떻게 남성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지요. 다음은 작품 뿐만 아니라 교육으로의 확장입니다. 온오프라인 클래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죠. 마지막으로는 해외로의 확장입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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