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물 아니다” 檢 판단에도…디지털교도소에 신상 공개된 의대 교수

김태성기자 입력 2020-09-08 22:12수정 2020-09-0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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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 © 뉴스1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보여서…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습니다.”

‘디지털 교도소’가 성 착취 동영상을 구매하려 했다며 온라인에 신상을 공개한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교수(59)가 경찰로부터 “동일인이 아니다”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별 다른 조치 없이 채 교수의 신상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인 디지털 교도소는 6월 26일 채 교수의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 등을 게시했다. 채 교수가 성 착취 동영상을 구매하려고 누군가와 주고받았다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담은 사진도 올렸다.

채 교수는 자신이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것을 게재 3일 뒤 알게 됐다. 하루에도 수백 통 씩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들은 다짜고짜 욕부터 해댔다”며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병원에 출근해도 모두 나를 비웃는 듯해서 너무 괴로웠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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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채 교수는 해당 웹사이트 운영진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화와 문자 테러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디지털 교도소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채 교수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저장장치 분석) 등을 통해 채 교수가 성착취 영상을 구매하려 한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에서 디지털 교도소가 게재된 대화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문자 작성 습관의 분석 결과에서도 해당 대화를 나눈 이와 채 교수는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금까지 채 교수에게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채 교수의 신상도 웹사이트에 그대로 게재되고 있다. 채 교수는 “비록 나는 결백을 입증했지만 개인이 사법 체계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런 권력을 휘두르게 둬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디지털 교도소는 사적 처벌을 하는 것으로 문명사회에서 있을 없는 일”이라며 “접속 차단이나 삭제 여부를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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