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생 자가진단’ 앱, 출시 첫날 ‘먹통’…교사·학생·학부모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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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사이트.(홈페이지 캡처)
교육부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사이트.(홈페이지 캡처)
“아무 안내도 못 받았는데 기존 사이트는 안 되고, 새 사이트와 앱도 둘 다 먹통이더라구요. 오전 내내 씨름하다 성질이 나서 포기했어요.” (초등 학부모 최모 씨)

7일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학생건강상태 자가진단’ 때문에 한바탕 혼란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모든 학생은 매일 자신의 건강 상태를 온라인으로 입력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문제가 없어야 수업이든 긴급 돌봄교실이든 학교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날 오전 입력 사이트가 먹통이 된 것.

이날의 혼란은 교육부가 기존 웹페이지 입력방식이던 자가진단을 앱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간 교육부는 ‘2학기에는 코로나19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가진단 앱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7일 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린 것. 아이폰용 앱은 깔아도 ‘하얀 화면’만 뜨는 현상이 계속됐고, 안드로이드용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승인이 늦어져 아예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새로 안내된 웹페이지는 오전 내내 먹통이었다. 교육부는 오전 8시 20분부터 10시 50분까지 장애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8시 전부터 접속이 안됐다는 학부모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 중 8개가 자가진단 관련이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가 전환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웹사이트에 예고나 안내문 하나도 띄우지 않았다. 교사들에 따르면 관련 공문은 금요일인 4일에야 학교로 왔고, 곧바로 주말이 시작돼 관련 내용을 가정에 전달하지 못한 학교가 태반이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학부모가 전환 사실 자체를 모른 채 당황해야 했다. 교육부는 결국 이날 오후 다시 한번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시스템 과부화 해결을 위해 기존에 쓰던 웹사이트도 같이 쓰겠다’고 번복했다.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를 다시 공지하느라 또 한번 진땀을 뺐다.

자가진단 시스템을 형식만 바꿨을 뿐 질문 내용이 수개월 째 부실한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총 5개 문항 가운데 2개 문항이 최근 14일 내 본인 또는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를 묻는 것. 학부모 홍모 씨는 “하늘 길이 끊긴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매일 아침 이런 질문에 답하고 있으니 시간만 아깝다”며 “차라리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이 있나요’ 등 실효성 있는 질문을 해 달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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