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100명에 맞선 백인 여성…“나는 왜 주먹을 치켜들지 않았나”

김예윤기자 입력 2020-09-04 23:11수정 2020-09-04 23:1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타인에게 시위를 강요하는 것은 그저 협박일 뿐이다.”

백인 여성인 로런 빅터 씨(49)는 4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된 칼럼에서 이렇게 소신을 밝혔다. 칼럼 제목은 “나는 왜 주먹을 치켜들지 않았나”였다. 그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200여만 회 이상 조회된 영상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평범한 시민인 그가 SNS에서 유명해지고, WP에 칼럼을 싣게 된 경위는 무얼까.

시작은 지난달 24일이었다. 빅터는 그날 저녁 친구와 워싱턴 애덤스모건 지역의 한 멕시칸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뜻하지 않은 일을 당했다. 최근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대 100여 명이 갑자기 식당으로 들이닥쳤던 것. 전날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청년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의 총격에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을 입은 사고로 인종차별 철폐 등을 주장하는 시위대는 한껏 격앙돼있었다.

시위대는 음식점 테이블마다 우르르 몰려가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다.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시위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주먹을 치켜들라고 집요하게 요구한 것. 특히 빅터와 같은 백인 손님들에게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다”라고 외치며 윽박질렀다. 주춤하던 빅터의 친구는 못이긴 채 주먹을 들어올렸지만 빅터는 이를 거부했다.

주요기사
그러자 “침묵하는 백인은 X같다”는 등 욕설과 고함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빅터는 끝끝내 주먹을 올리지 않았다. 이 영상은 SNS에서 1200만 회 이상 공유되며 논쟁적 주제로 떠올랐다. 이러자 빅터가 WP에 글을 보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빅터는 칼럼에서 “나는 앞서 수차례 흑인 인권 존중을 요구하는 BLM 거리행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고 밝히며 “약간의 내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고 썼다. 이어 “우선 이 시위를 이끌어낸 사건을 잊지 말자.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 사건은 아무리 상황 설명이 엇갈리더라도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렇게 발생해선 안될 유사한 (경찰) 총격이 너무 많다”고 썼다.

그러나 “끔찍한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타인에게 시위 참여를 협박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그건 그냥 겁박하는 것일 뿐이다”고 했다. 그는 당시 시위대에게 “‘당신들은 누구고 왜 시위를 하느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참여해 단순히 주먹을 치켜들라는 요구가 내 손을 들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분위기가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정말 나의 지지를 원한다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요청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인종적 배경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시위대를 보며 동시에 감사와 희망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