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재판 나온 조국, 증언 대신 ‘형소법 148조’ 303번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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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3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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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증인으로 공판에 출석했다. 2020.9.3/뉴스1 © News1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증인으로 공판에 출석했다. 2020.9.3/뉴스1 © News1
정경심 동양대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 내내 검찰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다”고만 303번을 반복해 답했다.

이에 검찰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이 증언을 거부했다.

조 전 장관은 증인선서에 앞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소명사유를 밝힐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선서 후 소명사유를 읽을 기회를 주시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작성한 소명사유서를 제출하면 판단하겠다고 한 뒤 조 전 장관으로부터 사유서를 받았다. 약 2분간 논의 끝에 재판부는 “(소명서) 앞부분은 증언거부권 행사와 관련이 없다”며 “뒷부분부터 말하라”고 허용했다.

조 전 장관은 직접 사유서를 낭독했다. 그는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 심문에 대해 형사소송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저는 (피고인의) 친족인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함을 역설해왔다”며 “그러나 여전히 이런 권리행사는 편견이 있다. 법정에서는 그런 편견이 작동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증인 본인이나 친족이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가족들 사이의 공모범행이라는 점에서 조 전 장관은 이 사건 실체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직간접적으로 관련 정황을 듣거나 목격한 사람”이라며 “검찰이 취득한 증거 또한 조 전 장관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고 조 전 장관 기억이 중요한 실체적 진실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거듭 진술했기 때문에 적어도 법정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더욱이 조 전 장관은 법정 밖에서 SNS를 통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검사를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며 “오늘 조 전 장관께서 증언 거부할 게 아니라 어떤 게 진실인지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인 측과 조 전 장관 말처럼 지금은 법원의 시간”이라며 “이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시간이 됐음에도 법률에 보장된 권리라는 점을 들어 거부한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반론 기회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증인은 재판부 질문을 듣고 답변하는 사람이지 본인이 원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한 뒤 변호인 의견을 물었다.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한 부분은 정 교수 재판이 아닌 조 전 장관 본인의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따른 증언거부권 행사를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질문사항 하나하나 묻게 한다면 질문에 대해 묵묵부답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나가게 함으로써 피고인 가족 면박주기를 하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굳이 질문을 할 필요가 있는가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지는 검찰의 활동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임무를 다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그 같은 활동이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진술 이후 바로 검찰의 신문이 시작됐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를 따른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조 전 장관은 증언거부 소명을 밝힌 것을 제외하고는 재판 내내 이 말만 303번 반복했다.

점심식사 이후 이어진 오후 신문에 앞서 정 교수 변호인은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증언거부 사유 서면을 검열해 뒷부분만 이야기하라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조 전 장관이 전면적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검찰이 개개별 질문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언거부권 있는 증인에게 질문할 수 없다는 건 법 규정에도, 형사주석서를 봐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이 계속 반박을 이어가자 재판부는 당사자들과 논의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을 직접 사무실로 불러 재판이 휴정됐다.

재판부는 25분 뒤 “조국씨는 별도 사건 기소된 피고인 지위지만 본 사건은 형사소송법상 제3자인 증인에 해당한다”며 “증인은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상 개별 질문을 받아야 할 지위에 있고, 다만 개별 질문사항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며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증거들에 대한 검찰의 해석과 의견은 변호인의 해석과 의견으로 충분히 공방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해 오늘 (조 전 장관이) 증언을 거부하게 됐다”며 “증언거부는 당연한 권리이긴 하지만 바로 조 전 장관과 같은 이런 사건이 바로 증언거부권 행사 취지에 가장 맞는 사건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본인 법정에서도 기본적으로 증언 거부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거냐”는 질문에 “아니다. 거기서는 증인이 아니라 피고인이지 않냐”며 “피고인은 자기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써 진실규명하는 데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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