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초상 조각 ‘건칠희랑대사좌상’ 국보 승격

뉴시스 입력 2020-09-02 11:53수정 2020-09-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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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말~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 모습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 조각인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한다.

문화재청은 2일 고려 시대 고승(高僧)의 실제 모습을 조각한 보물 제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과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등 2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상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기 중국과 일본은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유례가 거의 없다. 이 조각상은 제작 당시의 현상이 잘 남아 있고 실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면의 인품까지 표현한 점에서 예술 가치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희랑대사라는 인물의 역사성과 시대성이 뚜렷한 제작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조각상은 고려 초 10세기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실체를 알려주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자, 희랑대사의 높은 정신세계를 조각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 가치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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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학자 유척기(1691~1767)의 ‘유가야기’에 따르면 희랑대사는 구체적인 생존시기는 미상이나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學僧)으로, 해인사의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큰 도움을 줘, 왕건이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해인사 중창에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뒀다고 한다.
이 조각상은 해인사의 해행당, 진상전, 조사전, 보장전을 거치며 수백 년 동안 해인사에 봉안됐다. 이덕무(1741~1793)의 ‘가야산기’ 등 조선 후기 학자들의 방문기록이 남아 있어 전래 경위에 대한 신빙성이 있다.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건칠(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기법)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고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선 후기에 조성된 다른 조각상들과 달리 관념적이지 않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또 다른 특징은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그의 별칭을 상징하듯, 가슴에 작은 구멍(폭 0.5㎝, 길이 3.5㎝)이 뚫려 있다는 점이다. 이 흉혈은 해인사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한다.

보물로 지정 예고한 ‘간이벽온방(언해)’는 1525년(중종 20년) 의관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장티푸스)이 급격히 번지자 왕명을 받아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한문과 한글로 간행한 의학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며 1578년(선조 11) 이전 을해자(조선 세조가 즉위한 을해년인 1455년에 만든 구리 활자)로 간행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동종문화재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판본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전래가 매우 희귀해 서지학 가치 또한 매우 높게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 서적이 조상들이 현대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자료일 뿐 아니라 조선 시대 금속활자 발전사 연구에도 활용도가 높은 자료인 만큼 보물로 지정해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했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46호)은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선조 연간(1567~1608) 녹훈(공신들의 업적을 훈적에 기록하는 일)된 구공신(舊功臣)과 신공신(新功臣)들이 1604년(선조 37년) 11월 충훈부에서 상회연(잔치)을 개최한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충훈부는 조선 시대 공신이나 그 자손을 우대하기 위한 사무를 담당한 관청이다.

넓은 차양 아래 3단의 돌계단 위에서 공신들이 임금이 내린 술을 받는 장면이 중앙에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나무 옆에서 음식을 화로에 데우는 잔치 준비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 그려진 공신들의 숫자와 실제 참석자는 58명으로 일치하며, 위에서 내려 본 특징만 포착해 선묘로 간략하게 그린 점은 17세기 기록화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원경의 눈 덮인 설산과 앙상한 나뭇가지 표현은 상회연 개최 시기인 음력 11월 상순이라는 계절감을 전달해 주며, 필치가 매우 세밀하고 단정하다.

이 병풍은 공신 관련 그림으로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작품이라는 점, 제작시기가 명확해 기년작(연도를 알 수 있는 작품)이 드문 17세기 회화 양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준작이 된다는 점에서 역사·미술사적으로 의의를 지닌 작품이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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