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죽었다? 너도나도 탈출 러시…“청승 떨지 마라” 반론도[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정미경 기자 입력 2020-09-02 14:00수정 2020-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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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면 뭐가 연상되십니까. 노란 택시, 브로드웨이, 레스토랑, 높은 빌딩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욕만이 가진 특유의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살고 싶어 하고,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 ‘리빙 뉴욕’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리빙’은 ‘leaving,’ 즉 ‘뉴욕 떠나기’ ‘뉴욕 탈출’ 러시를 말합니다. 이유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죠.

뉴욕 전경. CNN

사실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특히 세계질서가 전쟁이나 갈등으로 이어질지, 평화 공존 시대가 올지는 정치 경제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학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국제관계의 미래상은 코로나19를 체감하는 일반 국민에게 별로 실감나지 않는 주제입니다. 다만 ‘리빙 뉴욕’처럼 사회 안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이동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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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뉴욕에서 ‘탈출 러시’라고 할 만큼 큰 폭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뉴욕포스트

코로나19 이후 ‘리빙 뉴욕’ ‘뉴욕은 끝장났다’ 등은 화제의 검색어가 됐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올라온 ‘뉴욕은 영원히 죽었다’라는 글은 수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워낙 비관론이 우세해지자 뉴욕 출신의 유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트는 최근 NYT 기고에서 “코로나 때문에 며칠 극장에 못 갔다고 너무 청승 떨지 마라. 뉴욕의 에너지는 건재하다”고 반박하기도 했죠.

화제의 링크트인 글은 뉴욕이 전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로 경제적 기회, 문화, 음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 같은 3대 동인(動因)이 사라지면서 2001년 9·11 테러 같은 초대형 악재도 견뎌냈던 콧대 높은 뉴요커들이 짐을 싸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의 명소들이 고스트타운(유령도시)처럼 변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시사뉴스 프로그램들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뉴욕 부동산은 임대건 매매건 코로나19 이전보다 30~50%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인구가 유입되는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애틀랜타 등 다른 대도시들은 시세가 오르고 있죠.

뉴욕을 빠져나간 인구는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마이애미 등 다른 대도시로 향하고 있다. 레드핀

사실 지금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은 후발주자들입니다. 1차 탈출은 3월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2차는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을 때, 지금은 재 확산으로 위기감을 느낀 3차 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뉴욕을 떠나지 않는 것은 파크 애비뉴와 피프스 애비뉴 주민들뿐’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뉴욕의 부촌인 양대 애비뉴 주민들은 이미 다른 곳에 ‘세컨드 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뉴욕 탈출 러시를 ‘잠시 스쳐지나가는 넋두리’라고 반박합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사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인들은 옮겨 다니며 산다는 것에 우리만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된다면 그동안 뉴욕을 칭송해온 그 많은 대중가요, 영화 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두 번째로 큰 로스앤젤레스(LA)가 대표 도시로 등극할까요. LA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뉴욕만한 아우라가, 깊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전국 골고루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이 큰 폭의 인구이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왠지 위로가 되기까지 합니다. 애초에 뉴욕과 서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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