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온라인 대국서 기적의 4연승…16년만에 ‘상하이 대첩’ 재연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2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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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선 기적의 드라마가 쓰여졌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이창호 9단이 일본 기사 2명, 중국 기사 3명을 잇따라 물리치고 한국 팀에 우승컵을 안긴 것. 한국 바둑계는 이 우승을 대국 장소였던 상하이를 따 ‘상하이 대첩’으로 부른다.

16년 만에 ‘상하이 대첩’이 재연될 수 있을까. 박정환 9단이 재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한 판만 더 이기면 된다. 특히 박 9단은 다 이긴 바둑을 마우스 클릭 오류로 인해 재대국을 하게 된 불운을 딛고 일어서 더욱 드라마틱한 드라마를 쓸 수 있게 됐다.

21일 열린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박 9단은 중국의 판팅위, 셰얼하오 9단을 잇따라 물리치며 4연승을 거뒀다.

이번 농심신라면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대국으로 열렸다. 박 9단은 20일 대국에서 판 9단에게 압승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 초읽기 상황에서 기기 오류로 마우스 클릭이 되지 않아 시간패를 당했다. 박 9단이 초읽기가 끝나기 전에 분명히 컴퓨터 화면 바둑판에 영상까지 확인됐으나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의 협의 끝에 재대국을 벌이게 됐다.

판 9단과의 재대결은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박 9단이 초반부터 기분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두텁게 두려다 페이스를 잃어 불리해졌다. 하지만 박 9단은 판 9단이 느슨하게 두는 틈을 타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다. 불리함을 의식한 판 9단은 승부수를 날렸지만 박 9단의 카운터펀치가 작렬하며 승리를 굳혔다. 189수 끝 흑 불계승.

박 9단은 인근 후배기사의 집에서 고작 1시간 반을 휴식한 뒤 중국의 네 번째 주자인 셰얼하오 9단과의 대국을 시작했다. 셰얼하오 9단은 만만치 않았다. 바둑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막판까지 반집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박 9단의 계산이 더 정확했다. 인공지능급 끝내기로 316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뒀다.

이로써 박 9단은 22일 오후 2시부터 중국의 마지막 주자 커제 9단과 대결을 펼친다. 상대전적은 13승 11패로 박 9단이 앞서 있다. 올 1월 하세배 결승에서 2연승을 거둔 것이 최근 전적이다.

박 9단이 커제 9단까지 누르고 5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다면 이창호 9단의 ‘상하이 대첩’을 재연하게 된다.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 제한시간은 각자1시간에 초읽기1분1회씩이 주어진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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