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부터 1박2일간 부산을 방문한다. 양 위원이 한국을 찾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 위원은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한 ‘선물’과 함께 한국이 미국의 반중(反中)전선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을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청구서’를 들고 올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은 이날 오후 늦게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양 위원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중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연내로 추진되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일정 조율이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중은 올해 상반기에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불발됐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경색됐던 한중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중국인 단체관광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남아있는데,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남북협력와 관련해 중국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면, 최근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선물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은 미국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향해, 최소한 중국 편에 서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반중전선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미국의 동맹이자 우호국인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전선에 동참하지 않게 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화웨이 등 5세대 이동통신(5G) 협력, 반도체 부품 공급 문제, 대만·홍콩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방한에서 양 위원이 한미 간 미사일지침 개정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한국이 한중 고위급 교류를 추진한 것은, 사드 문제를 넘어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하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생기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중 탈동조화 시기에 어떻게 먹고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며 “그에 대한 답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측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없는 회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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