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 온라인 대국 中 기기 오류로 승리 놓쳐…21일 재대국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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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이 마우스 클릭 인식 장애로 시간패를 당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정환 9단이 마우스 클릭 인식 장애로 시간패를 당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 공식 프로기전의 온라인 대국에서 기기 오류로 대국 자체가 무효 처리돼 재대국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는 20일 열린 제 2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2번째 대국인 박정환 9단과 판팅위 9단의 대국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박 9단과 판 9단은 각각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대국을 치렀다.

박 9단이 마지막 초읽기에서 2초를 남겨둔 채 158번째 수를 두기 위해 컴퓨터 화면 상의 바둑판에 마우스 클릭을 했으나 착점이 놓이지 않았고, 짧은 순간 동안 다시 여러 번 클릭했으나 여전히 인식되지 않는 바람에 시간패 당했다. 당시 박 9단은 초반부터 우세를 잡았으며 사태 발생 당시 인공지능 형세판단에서 승리 확률 90%로 나오던 상황이었다.

한국기원은 곧 박 9단이 마우스 클릭을 한 시점의 영상을 확보해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중국기원 측은 마우스 클릭을 한 것은 맞지만 기기오류라도 시간패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의 이견으로 판정은 1시간 반 동안 내려지지 못했으나 결국 재대국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문제 발생 시 20분 안에 해결할 수 없을 경우 한중일 3국 기원의 판정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승패를 결정하는데,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재대국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3국 기사 5명 씩 출전해 이기는 기사는 계속 두는 연승전 방식의 국가대항전이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 양딩신 9단의 7연승 과정에서 한국 선수 4명은 이미 탈락했고, 박 9단이 마지막 주자로 남아있다. 박 9단은 18, 19일 일본의 마지막 주자였던 이야마 유타 9단과 중국의 미위팅 9단을 꺾고 이번 대국에 임했다.

재대국은 21일 오전 10시 치러지며 박 9단이 이기면 오후 3시에 커제 혹은 세얼하오 9단 중 1명과 대국을 벌인다. 박 9단이 지면 중국 우승으로 대회가 끝난다.

재대국이 열리지만 이겨도 같은 날 또 한 판을 둬야 하는 일정은 박 9단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박 9단이 남은 중국 기사 3명을 다 물리치고 우승한다면 2004년 이창호 9단의 5연승 우승과 같은 기적의 역전을 기록하게 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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