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파묘” “망나니짓”…김원웅 발언에 둘로 쪼개진 광복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6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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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청산’, ‘친일파 국립묘지 파묘’ 등을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 파장에 정치권이 다시 한번 둘로 쪼개졌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은 김 광복회장을 두둔하며 ‘친일 청산’을 통한 프레임 전환 시도에 나섰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편향된 편가르기”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논란은 민주당 내에서 추진돼 온 ‘친일파 파묘법’과 맞물려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광복회장은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친일”이라며 “친일 미(未)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라고 했다. 이어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최근 광복회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정부로부터 받았다”고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란 표현도 붙이지 않았다.

통합당은 “망나니짓”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초대 대통령을 이름만으로 (호칭해) 부정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고, 현충원의 무덤까지 파내자는 무도한 주장을 펼쳤다”고 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 회장은 지나치게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통합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 광복절 행사장에서 광복회측이 김 회장 기념사를 대독하자 즉석연설을 통해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는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부 참석자들은 원 지사를 향해 “왜 친일을 옹호하느냐”고 고함을 쳤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논평은 내지 않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유기홍 의원은 “통합당은 친일파들의 대변자냐”고 반문했고, 황희 의원은 “통합당은 ‘공산당 때려 잡자’의 반의반이라도 친일청산 의지를 가져라”고 비꼬았다. 정청래 의원은 통합당을 겨냥해 “토착왜구가 암약한다”고 적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주민 후보는 15일 광복회를 찾아 김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친일 청산은 여야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세를 경험 중인 여권으로선 최소한 ‘집토끼’라도 지킬 메시지가 필요했는데, 때 마침 김 광복회장이 물꼬를 터준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 및 지소미아 종료 등을 계기로 이어졌던 여권의 ‘극일(克日)’ 메시지 속에 문 대통령 지지율은 줄곧 48~49%대를 지켰다. 반면 이를 계기로 시작된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 속에 당시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민주당은 ‘친일파 파묘법’에도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민주당은 광복절을 앞두고 11일 관련법을 발의하고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친일 파묘법을) ‘국민 편가르기’라며 반대하는 이들이 이 나라 주요 정치 세력의 하나인 모습은 부끄러움을 더하게 한다”고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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