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정부에 환승 수요 유치 위한 최소한 조치 촉구”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8월 14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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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음성확인서 제출 면제 필요성 제기
확인서 제출 의무화 이후 환승 수요 200명→30명
현지 진단 시 7일 소요… 높은 검사 비용 문제
중국인 일 방향 무비자 환승 허가제 실효성 의문
“인천공항 환승 경쟁력 훼손 우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여객 수요 급감에 이어 환승 수요까지 줄어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필리핀발 환승객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를 요구하면서 환승 수요까지 급감하고 있는 것. 필리핀 뿐 아니라 중국 국적자의 중국발 인천공항 환승객의 무사증 환승 불가 규정 때문에 해당 수요가 인근 공항으로 흡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항공업계가 환승 수요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선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특히 여객 수요가 90% 이상 감소해 신음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이 잠재적 환승 수요까지 빼앗길 경우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환승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환승객 PCR 음성확인서 의무 제출을 요구하면서 필리핀~인천 편당 환승 승객 규모가 약 200명에서 3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최근 14일 이내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출발흔 승객을 대상으로 한국에 입국하거나 환승할 경우 재외공관이 지정한 해당국 의료기관에서 출국일 전 48시간 이내 발급한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국내 입국 승객 뿐 아니라 환승객까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항공업계는 우려했다. 이로 인해 국적항공사 환승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적항공사들이 직항노선을 운영하는 필리핀 노선의 경우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발편 승객 75% 이상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미주 등 제 3국으로 여행하는 환승객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PCR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직전인 지난달 19일부터 필리핀~인천 노선 예약이 급격히 줄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필리핀~인천 노선 탑승객이 편당 200여명 이상이었지만 확인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승객 규모가 30~40명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확인서 요구가 지속될 경우 수요 정상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필리핀에서 해당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4000~7000페소(약 80~140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대졸 초임 연봉이 약 2만 페소 수준임을 감안하면 검사 비용이 상당히 고가다. 여기에 진단까지 최대 7일가량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검역 기준인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증명서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줄어든 탑승객은 인접 국가 환승 수요로 흡수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탑승하려고 했던 수요들이 에티하드항공과 ANA항공, 싱가포르항공, 캐세이퍼시픽항동 등 경쟁 항공사로 흡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항공사들은 환승 승객들에게 음성확인서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지 진단 관련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조치로 인해 인천공항 환승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출발 시 사전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시행하고 있고 항공여행 수요가 90% 이상 줄어들어 인천공항 환승구역 혼잡도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코로나19 대응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최소한 필리핀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하는 승객만이라도 확인서 제출 의무 대상에서 면제해달라는 것이 항공사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중국 국적자가 중국을 출발해 제 3국으로 이동할 경우 인천공항에서 무비자 단순 환승을 불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중국 국적자의 중국 출발 무비자 환승 불가 조치는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부터 중국인 중 중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해 유럽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할 경우 비자가 없으면 환승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반면 중국 국적자가 유럽과 미국 등 3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환승해 중국으로 들어갈 경우 무비자여도 가능하다.

해당 조치 역시 중국발 환승객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굳이 비자를 받지 않고 유럽 등으로 가려는 중국인들이 무비자가 가능한 인근 허브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왕복항공권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환승객 유치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중국 국적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환승하는 수요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인천공항 환승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국적자 무비자 환승 조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2월과 달리 중국은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추세에 들어갔다. 이달 신규 확진자 규모는 두 자릿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적자에 한정해 한 방향으로만 무비자 환승을 금지한 사례는 이번 중국 국적자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공항 환승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환승객 유치를 위해 양방향 모두 무비자 환승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환승 수요 관련 정부 조치와 관련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관련 조치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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