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느닷없이 “잔반 남기지 말라”…7년 만에 다시 언급,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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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다시 잔반(殘飯·먹고 남은 음식) 얘기를 꺼냈다. 집권 초기인 2013년 미국과 본격적인 주요 2개국(G2) 경쟁을 앞두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후 처음이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부터 챙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왕(新華網)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음식 낭비 현상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면서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매년 풍년이더라도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특히 올해는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는 만큼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법을 제정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이후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본격화 하는 과정에서 2013년 ‘잔반 줄이기’가 필요하다고 처음 지시했다. 이를 7년 만에 다시 언급하며 식량안보태세를 다잡은 것이다. 홍콩 밍(明)보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식량안보 문제에 부닥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중국 남부지방의 홍수피해, 메뚜기 떼 피해 등으로 식량안보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식량 자급률은 80%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 상반기 식량 수입에 1542억 2000만 위안(약 26조 3000억 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8년 기준 중국의 한 해 식량 낭비가 1800만t으로 추정 된다”면서 “이는 5000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식업계에서는 1인분 적게 시키자는 뜻의 ‘N(손님 수)-1’ 운동이 번지고 있다. 7년 전에는 접시를 깨끗이 비우자는 뜻의 광판(光盤) 운동이 유행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시 주석의 이번 지시가 옥수수와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긴 중국인들의 불만을 캠페인으로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 속 미국의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미 정부가 미국 내 대학에서 운영되는 공자학원에 대해 제재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세계 대학과 교류해 설립한 교육 기관으로 중국 문화를 수출하는 전초기지다. 미 정부가 공자학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외국 공관’으로 지정해 각종 행정 요건을 까다롭게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간) 시 주석을 비롯 권력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4위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가족들이 홍콩에 최소 5100만 달러(약 604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의 큰 누나인 치차오차오(齊橋橋)는 드러난 것만 최소 1900만 달러(약 225억 원)어치 고급 빌라 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의 홍콩 제재가 강화되면 이들의 재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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