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탓” vs “태양광 탓”… 여야 이틀째 ‘물난리 설전’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11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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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경남 하동 수해 피해 현장을 찾아 수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2020.8.10/뉴스1 © News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경남 하동 수해 피해 현장을 찾아 수재민을 위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2020.8.10/뉴스1 © News1
수해 지원을 위한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에는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를 낸 여야가 이틀째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하는 미래통합당을 향해 여권에서는 “4대강 트라우마”라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집중 호우 피해가 커지자 여야는 저마다 공세를 위한 정권 책임론을 꺼내든 양상이다.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발전 사업 난개발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하면서 그나마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은 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해 둑이 터진 것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하면서 4대강 사업이 돌연 정치권 의제로 소환됐다. 논쟁의 핵심은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가 빗물을 효과적으로 가둬 홍수 피해를 줄였는지, 아니면 보는 저수 기능이 부족해 오히려 홍수 피해만 늘렸는지 여부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직접 4대강 사업을 두고 “일의 순서가 잘못됐음이 틀림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낙연 후보는 11일 오전 충북 음성의 수해복구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과거에 4대강 보를 설치한 것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를 지금 논쟁 중이지만, 적어도 일의 순서가 잘못됐음이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 전체의 평가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루더라도, 소하천의 범람을 개선하는 정비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계단을 물청소하면서 아래부터 물청소하면서 올라가는 것처럼 소하천은 두고 밑(본류)에만 (정비)했다”며 “위에서부터 했어야 하는데 이걸 못했고 (그러니)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전국의 소하천이나 소천은 논바닥보다 높아서 비만 오면 하천에 물이 넘어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형뉴딜 정책에 소하천을 제대로 정비하는 사업을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엄두가 안 나서 못하고 있지만 한국판 뉴딜에도 들어가면 좋겠다”면서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수 피해가 한창인 와중에 과거 책임론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 식의 4대강 논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에서도 통합당의 4대강 재평가론을 일축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영산강에서 가장 (홍수 예방) 효과를 본것은 저류지”라며 “물이 갑자기 많이 올 때 담아두는 효과가 있는 저류지를 만들어야지 보를 통해 물의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통합당이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통합당의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본다”고도 꼬집었다.

반면 통합당은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주장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난개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홍수가 지나가고 산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을 해보면 태양광발전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명날 것”이라며 “그때 국민들이 (태양광을) 어떻게 다룰지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양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을 산기슭같은데 아무데나 설치하니까 비가 많이 쏟아질 때 무너지고 산사태가 더 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겹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친이계(친이명박) 권성동 무소속 의원도 4대강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의 효용성이 입증됐는데 대통령의 폄훼 발언을 보면서 진영논리에 갇힌 문 대통령이 안타깝다”며 “가뭄과 홍수 예방에 자신있으면 지금 즉시 4대강보를 파괴하시라”고 일갈했다.

한편 12일 4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논의하는 긴급고위당정협의를 가질 예정인 민주당은 4차 추경 편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재난)지원금 지급은 옛날 것이 유지되고 있다. 침수 100만원, 이런 것은 고쳐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저런 기준을 상향하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4차 추경 필요성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번에 예비비가 2조6000억원 정도 된다. 경제부총리와 통화해보니 현재 기준으로 복구 지원을 하려면 예비비, 기금 예산도 얼추 될 것 같다는 말인데 (재난지원금) 제도를 고쳐가면서 추경이 실기하진 않을지, 그렇다면 본예산이랑 합하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부와 협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4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등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자체가 돈을 다 써버린 상황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도 지속될 것”이라며 “추경에 대해 재정전문가들이 많은 비판을 하는 상황이지만 수해를 위한 피해지원이 필요하면 추경도 반대하지는 않겠다”라고 했다. 그는 “추경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재정) 운영에 잘못은 검토해 봐야 한다”며 “민주당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음성=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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