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의 트로트 수강 체험기…“임영웅 꿈 접고 즐겨야”

최진렬 기자 입력 2020-08-02 13:15수정 2020-08-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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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에서도 트로트 강좌 인기
취미로 배우거나 트로트 오디션에 도전하거나



“무조건 무조건이야~ 짜짜라 짜라짜라 짠짜짜!”

13㎡(약 4평) 남짓한 트레이닝실에 어색함이 잔뜩 묻은 트로트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엠나인뮤직아카데미. 150여 명의 수강생에게 각종 장르의 노래 및 작사·작곡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6월 트로트 강좌를 첫 개설했다. 트로트 오디션 TV프로그램 등의 흥행으로 국민 장르가 돼버린 트로트의 인기를 반영했다. 개설하자마자 수강생 몇 명이 등록하는 등 반응도 나쁘지 않다. 트로트 꿈나무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성별은 물론 연령도 다양하다.


트로트를 동요처럼 불렀다가

7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엠나인뮤직아카데미에서 트로트 수업을 받고 있는 기자(왼쪽)와 임영훈 보컬트레이너. [조영철 기자]
지난 3월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의 결승전 본방은 35.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편 역사를 새로 썼다. 임영웅의 ‘보랏빛 엽서’, 영탁의 ‘찐이야’, 이찬원의 ‘진또배기’ 등은 주요 음원사이트 종합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달렸다. 미스터트롯 시청자가 아니더라도 막상 이들 노래를 들으면 익숙한 멜로디에 “나, 이거 아는데” 하는 반응을 보인다. 발을 들이는 식당이나 가게마다 트로트가 흘러나오니 그럴 만하다. 지난 4·15 총선에서도 각종 트로트를 개사한 선거송이 거리를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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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한국에서 트로트 사각지대란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마이크 울렁증이 있는 기자는 트로트를 배우기 위해 7월 29일 오후 엠나인뮤직아카데미를 찾았다. 임영훈(29) 보컬트레이너가 인사를 건네며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과 글자 하나 다르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현재 한 케이블방송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컬트레이닝을 맡고 있다.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1시간동안 트로트 한 곡을 집중적으로 배워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는 것. 고심 끝에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택했다.

“평소 실력 좀 볼 겸 편하게 불러보세요.”(임 보컬트레이너)

마이크를 손에 쥐자 잔뜩 몸이 굳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덕분에 노래방 가자는 제안을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할 만큼 음치인데…. 생애 첫 트로트를 불러봤다. 인내심을 십분 발휘하며 끝까지 경청한 임 보컬트레이너의 평가는 간결했다. “트로트보다 동요에 가깝군요.”

트로트에서 일반적인 밴딩(음을 끄는 기술)을 넣지 않고 너무나 심심하게 노래한다고 지적했다. ‘무↘조↗건 달려갈↘거~어↗야’로 불러야 하는데, 한 글자씩 정직하게 불렀다는 것이다. 트로트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라고 한다.

트로트의 기본은 호흡

카메라 앞에서 트로트를 열창하는 기자. [조영철 기자]
여느 장르와 마찬가지로 트로트 역시 기본기가 중요하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트로트의 기본기 △호흡 △발성 △발음 △음정 △박자 △리듬 △기교 △바이브레이션 △밴딩 9가지를 꼽았다. 기본기가 익숙해지면 여기에 감정을 더한다. 가사를 여러 번 되뇌거나 재창작하면서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 임 보컬트레이너는 “기본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에 몰입하면 자칫 본인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주의를 줬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날은 기본 중의 기본인 호흡법을 배우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크게 놀란 듯 급작스럽게 숨을 들이마시는 복식호흡을 연습했다. 4초 간 천천히 숨을 내뱉은 후 순식간에 숨을 들이마신다. 이때 앞으로 뻗은 엄지손가락을 재빨리 입에 넣는 동작을 반복하는데, 손가락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4초간 내뱉은 양과 동일한 정도의 호흡을 들이마시는 것이 포인트. 임 보컬트레이너는 “‘헉’ 하면서 깜짝 놀랄 때 손으로 입을 막는 동작과 유사하다”며 “노래 중간에 호흡 타이밍만 제대로 잡아도 훨씬 안정적으로 트로트를 부를 수 있다”며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노래를 한 소절씩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밴딩과 바이브레이션을 배웠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직접 시범을 보였다. “바이브레이션이 어려우면 가사를 된소리로 발음하라”는 팁도 줬다. 주 1~2회씩 3개월간 배우는 과정을 하루 만에 끝내려니 무리일 수밖에. 목을 쥐어짜는 소리만 나오자 임 보컬트레이너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기교를 부리지 말고 편안하게 노래하는데 초점을 맞추자. 잘 부르는 것도 좋지만, 목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노래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노래를 못해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뜻이리라. 남은 시간을 다시 호흡법을 익히는 데 썼다.

‘짜짜라 짜라짜라 짠짠짠~’

수강을 마치면서 카메라 앞에서 즐겁고자 노력하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다만 마음은 좀 더 편안해졌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집에 돌아가서도 가르쳐 준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제2의 임영웅에 도전하는 사람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7월 15일 열린 MTN ‘제12회 2020방송광고페스티벌’에 참석해 손 하트를 하고 있다. [뉴스1]
트로트 열풍이 2차전에 접어드는 요즘이다. 임영웅과 영탁, 장민호 등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광고 시장을 휩쓸고 있다. 임영웅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광고를 몇 개나 찍었느냐”는 질문에 “15개까지는 셌는데, 그 이상은 기억 못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각 방송사는 제2, 제3의 ‘임영웅’을 배출하기 위해 트로트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개설하는 분위기다. MBC의 ‘최애 엔터테인먼트’, MBN의 ‘보이스 트롯’이 현재 방송 중이고, 올 하반기 MBC와 KBS가 각각 ‘트로트의 민족’과 ‘트롯 전국체전’을 방영할 예정이다. TV조선도 최근 첫 예심 오디션을 진행하며 ‘미스트롯’ 시즌2 제작에 나섰다.

임 보컬트레이너는 “수강생 중에는 미스트롯2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며 “ 결과가 어찌돼든 토익 시험 보듯이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꼭 방송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트로트를 취미로 배워보면 흥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구수하게 노래에 싣는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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