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욱 심판위원이 말하는 경마심판의 세계…“순위 변동 시 중압감, 말로 표현 못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7월 31일 05시 45분


경주 감시·순위 확정 등 14회 반복
사각지대 없는 카메라로 경주 관찰
“공정성은 경마의 존립과 다름없죠”

승부의 공정성을 판별하는 ‘경마 컨트롤 타워’ 경마심판은 경주 준비사항 확인, 경주 진행 감시, 도착순위 확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긴장을 놓을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 윤성욱 심판위원이 경주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승부의 공정성을 판별하는 ‘경마 컨트롤 타워’ 경마심판은 경주 준비사항 확인, 경주 진행 감시, 도착순위 확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긴장을 놓을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 윤성욱 심판위원이 경주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마에는 승부의 공정성을 판별하는 심판위원이 있다. 경주마 관계자들의 위반사항을 찾아내 공정한 경주결과를 결정짓는다. 경주 중 발생한 주행방해 등 공정성에 중대한 위반사항이 발생했을 때 실격 및 순위변동으로 경마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한국경마에는 외국인 심판2명을 포함해 총 11명의 경마심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경마심판위원 명단에 새로이 이름을 올리며 경마의 공정성을 책임질 윤성욱 심판위원을 통해 ‘경마심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경마심판은 어떤 일인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경주와 관련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심판을 통하며, 이에 대해 심판이 판단하고 최종 결정한다. 세부적으로는 경주 전 준비사항 확인, 경주 중 경주진행 감시, 결승선 통과 후 위반사항 유무 확인 및 도착순위 확정, 경주 중 특이사항에 대한 관계자 제재 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을 하루 14회 정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

- 누가, 어떻게 경마심판이 되는가.

“한국경마심판은 한국마사회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 및 선발과정을 거친다. 직원 중 수년간 심판 실무업무를 충분히 쌓은 후 심판 전문직으로 환직할 수 있다. 이후에도 추가로 5∼6년간 심판으로 활동해야 비로소 심판위원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근무조건 외에도 최근 한국경마 해외수출, 국제초청경주 개최 등 국제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해외 위원 양성과정 수료, 미국 심판위원 자격 인증 취득 등 해외에서의 커리어 또한 중요한 요소다. 한국경마의 공정성을 국제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일조하고자 경마 종주국인 영국의 경마학교(BRS)에서 1년 동안 경마산업과정을 수료했다.”

경주마 관계자 심의가 이뤄지는 심의실의 윤성욱 심판위원.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경주마 관계자 심의가 이뤄지는 심의실의 윤성욱 심판위원.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경주 중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식별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판단하나.

“약 2000m 길이의 경주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살피기 위해 최소 3인, 많게는 5인의 심판이 한 개의 경마장을 책임진다. 심판들은 10대가 넘는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 없이 경주를 관찰한다. 특히 유럽의 프리미어리그나 테니스 US오픈 같은 프로스포츠에서 활용하고 있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아이’를 도입, 경주 중 일어난 상황을 정밀 판독할 수 있다.”

- 업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매경주마다 경주마관계자에 대한 제재여부를 판단하고, 필요 시 불이익한 처분을 내려야한다. 나아가 순위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 많게는 수십억 환급금의 주인이 변경되기 때문에 경마일마다 느끼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심판의 최종결정에 대해 경마 팬들이 올바른 판단이라며 칭찬해주기도 하는데 이때는 힘들지만 이 길을 잘 선택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

- 심판위원으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한국마사회, 경주마관계자, 경마고객, 나아가 일반국민이 원하는 한국경마의 모습은 결국 ‘공정한 경마’이지 않을까. 심판의 입장에서도 공정성은 경마의 존립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한국경마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레저 스포츠라는 인식변화가 있기를 바라며 경마심판이 그 중심에서 이끌어가겠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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