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윤석열 패싱?…30일 檢인사위원회 예정된 가운데 협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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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형사사법의 주체가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가 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8일 외부위원 위주로 구성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9일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논의할 검찰인사위원회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추 장관이 6개월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무시한 인사가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28일까지 윤 총장의 인사의견을 듣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인사위에 서면 제출할 것을 권고한 것과 관련, 이번 인사가 첫 시범케이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검찰총장 아닌 검사가 형사사법 주체

법무부는 개혁위 권고 하루 만에 입장문을 내고 “검찰 수사 지휘체계의 다원화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개혁위 권고안 등을 참고하고 폭넓게 국민들 의견을 수렴해 심층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 폐지하는 권고안을 내놓자 전직 검찰총장과 고검장 등 검찰 출신 원로 법조인들은 우려했다. A 전 검찰총장은 “이번 권고안은 장관이 수사를 장악하겠다는 뜻이자 장관이 총장을 겸하자는 것”이라며 “고검장은 최종 지위가 아니라 권력자의 구미에 맞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 전 검찰총장은 “역대 총장들은 외풍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마지막 공직이라는 불문율이 있다. 승진 후보군인 고검장에게 수사지휘를 맡긴다는 건 이 틀을 다 깨버리잔 얘기”라고 비판했다. 수사지휘권을 고검장 6명에게 나눈다는 건 형벌권의 통일성을 위한 검사동일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선 검사들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 국면 등에서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던 총장의 역할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검장은 임기가 없어 언제든 발령받을 수 있기에 수사팀의 바람막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법무부, 대검찰청 축소 개편도 검토

이르면 30일 단행될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6개월 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의 배제했던 인사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윤 총장의 대검 참모 8명 전원이 고검 차장과 지방검사장으로 좌천된 데 이어 이번에도 ‘윤 총장 힘빼기’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무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직접 수사 범위 축소 일환으로 대검의 차장검사급 자리인 선임연구관이나 정책관 등의 자리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검 참모 조직의 위상과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수사지휘 및 정책 실무를 맡는 일부 대검 과장 및 연구관급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검찰 고위 간부의 사퇴가 잇따르면서 인사폭도 커질 전망이다. 윤 총장의 측근 참모였던 검사장급의 조상준 서울고검 차장검사이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는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11자리로 늘어났다. 이번 인사에서 고검 차장 자리를 얼마나 채울지도 관전 포인트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들에 분산시키도록 한 개혁위 권고가 현실화될 경우 전국 고등검찰청 6곳의 위상도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동진 기자shin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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