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와 개화기에 궁궐에서 사용했던 도자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 고궁박물관은 28일부터 10월 4일까지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886년 당시 조선과 프랑스 수교를 기념해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를 포함해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400점의 소장 유물을 선보인다.
도자기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기능과 형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도자기를 통해 당대 사회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조선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는 개항 이후부터 대한제국 초기까지 격동하는 당시의 모습과 조선이 지향했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개항 직후 조선은 서양식 건축물을 짓고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사용함으로써 근대국과임을 과시하고 이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했던 서양식 도자기는 격변기 최전선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는 왕실의 노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는 대한제국이 처한 정치·외교·사회의 면면을 5부의 전시로 조명했다.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용준(龍樽)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화협옹주묘 출토 명기 등 조선왕실 청화백자를 한곳에 모았다. 서양식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500년간 이어진 왕실의 전통 도자기를 우선 감상하는 공간을 마련해 왕실 도자기의 소비 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2부 ‘신(新)왕실도자 수용 배경’은 개항 이후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 유입되었던 배경을 조선의 대내외적 변화를 통해 조망했다.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근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50여 점의 유리 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것이다.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은 1888년 조·불수호조약 체결 기념으로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조선에 선물한 프랑스 세브르 도자제작소에서 만든 ‘백자 채색 살라미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는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브르産(산) 도자기를 선택해서 보냈다. 고종은 답례로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달아놓은 장식품, ‘반화(盤花)’ 한 쌍을 선물했다.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에서는 조선왕실의 서양식 연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개항 이후 조선은 서양식 연회를 개최해 각국 외교관들과 교류하고 국제정보를 입수하고자 했다. 창덕궁 대조전에 남아 있는 서양식 주방을 그대로 옮긴 구조에 ‘철제 제과틀’, ‘사모바르’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전시해 당대의 창덕궁 주방 속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법랑 화병을 전시한다. 조선이 서양식 건축을 짓고 세계적으로 유행한 대형 화병을 장식한 것은 근대적 취향과 문물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일본 아리타·교토·나고야 지역에서 제작하여 세계적으로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