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투자사된 서울대기술지주, 산학협력 패러다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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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4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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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산학협력’이라 한다면 기업과 교육기관이 제휴 및 원조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유능한 학생을 기업에 채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경우, 대개 기업에서 주도해 교육기관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산학협력은 그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아예 해당 교육기관이 보유한 기술 및 지적재산권, 인력 등을 이용, 유망한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자체적인 생태계를 일구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들은 이러한 업무를 전담하는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한층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산학협력에 나서는 중이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위치한 서울대 연구공원 본관 전경(출처=IT동아)
서울대기술지주가 위치한 서울대 연구공원 본관 전경(출처=IT동아)

2008년에 설립된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이하 서울대기술지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학교는 교수 포함 2만여 명의 전문 연구 인력이 산학협력 등을 통해 6,0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활용하여 연간 1,000개가량의 특허를 출원한다. 창립 초기 서울대기술지주는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 및 특허 중 사업성이 있는 것을 선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자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기업의 지분을 20%가량 보유하며 기업의 운영을 지원,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해왔다.

설립 후 10여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유명한 건 ‘약콩두유’ 제조회사인 ‘밥스누’다. 10여 년간 콩을 연구했던 ‘콩박사’ 식품공학과 이기원 교수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약콩두유는 출시 첫해에만 500만 팩이 팔려 국민두유로 등극했다. 이외에도 생체인증기술에서부터 스마트팜, 반도체, 의료기기 등, 서울대가 가진 인적자본과 기술이 실제로 시장에 적용되어 우리 사회의 발전과 공공복리에 기여했다고 서울대기술지주는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말, 벤처기업 CEO 출신의 목승환 대표대행이 투자전략팀의 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서울대기술지주는 사업영역의 확장에 나섰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2017년 여름 목승환 대표대행이 출자자들을 모아 직접 조성한 1호 펀드를 시작으로 대기업,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2, 3, 4, 5호 펀드까지 결성에 성공하면서 서울대기술지주는 이제 펀드로만 총 500여억 원의 자금을 조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드론기반 건설현장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하는 ‘엔젤스윙’은 기업가치가 1,000% 넘게 치솟았다. 또한 최근 아시아 최초로 비자(Visa)사로부터 외화 선불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획득한 ‘모바일퉁’은 960%, 탄소나노섬유기반 X-선 공기정화장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어썸레이’는 530%의 기업가치 성장을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그 외에 권용태 서울대 의대 교수가 창업하고 서울대기술지주가 투자한 오토텍바이오도 350%의 기업가치 성장 및 200억 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서울대기술지주는 7월 내 추가 결성 예정인 조합을 포함하여 총 5개의 펀드로 도합 500여억 원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수천억 원 기업가치의 40여 개 펀드 투자 기업과 30여 개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투자 후 기업가치 평균 상승률은 400%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기술지주 사무실 입구(출처=IT동아)
서울대기술지주 사무실 입구(출처=IT동아)

한편 최근 서울대기술지주는 공공기관 및 타 대학 기술지주회사와의 연계를 통한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 및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투자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기업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S-HoldingsFund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서울대 외에 고려대, 숭실대, 연세대, 한양대를 비롯한 서울내 5개 대학의 기술지주회사가 참여를 확정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한 스타트업은 5개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투자 검토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투자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S-HoldingsFund 프로그램은 창업기업 모집 기간은 7/20일(월)부터 8/7일(금)까지 약 3주간이다. 사업의 세부 내용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 대학기술지주회사 홈페이지 및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기술지주를 이끌고 있는 목승환 대표대행은 “투자금이 회수되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더 많은 돈이 투자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대학이 앞장서 건전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라고 밝히며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기업에 투자하고 대한민국의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는 핵심 기업을 다수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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