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스타들도 이 콘텐츠에 푹…‘아기상어 신드롬’ 성공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5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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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데스파시토’를 부른 가수 루이스 폰시가 리메이크해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아기상어’ 음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데스파시토는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68억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쳐
‘데스파시토’를 부른 가수 루이스 폰시가 리메이크해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아기상어’ 음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데스파시토는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68억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쳐
제임스 코든, 존 레전드에 이어 루이스 폰시까지 숟가락을 얹었다. 글로벌 히트곡 ‘데스파시토(despacito)’를 부른 폰시가 숟가락을 얹은 밥상은 국내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차린 ‘아기상어’다. 폰시는 “아기상어 노래를 리메이크해 음원으로 내고 싶다”고 문의해왔고 스마트스터디는 “뮤직비디오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68억 회로 전체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위다. 그 폰시가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고, 그의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

미국 시간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5일 오후 10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폰시 버전의 아기상어 음원이 올라왔고, 스마트스터디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에는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됐다. 아기상어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이 회사 이승규 부사장이 한 손에는 아기상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핑크퐁 
손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핑크퐁의 ‘퐁’은 원래 여우라는 의미의 ‘폭스(Fox)’였다. 발음을 쉽게 하려고 ‘핑크폭스’를 
‘핑크퐁’으로 바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이 회사 이승규 부사장이 한 손에는 아기상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핑크퐁 손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핑크퐁의 ‘퐁’은 원래 여우라는 의미의 ‘폭스(Fox)’였다. 발음을 쉽게 하려고 ‘핑크폭스’를 ‘핑크퐁’으로 바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46)은 “아기상어는 동요를 넘어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각자 목소리와 콘셉트를 넣어 활용하는 플랫폼이 됐다”며 웃었다.

●아기상어 신드롬의 끝은 어디인가
유튜브 캡쳐
유튜브 캡쳐
아이 두 명이 아기상어 음악에 맞춰 율동하는 ‘베이비 샤크 댄스(Baby Shark Dance)’ 영상은 조회수 59억 회로 데스파시토에 이어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2위다. 유튜브 핑크퐁 채널에 오른 모든 동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310억 회. 핑크퐁 채널 총 구독자는 5900만 명이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해 매출 1055억 원, 영업이익 347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콘텐츠 업체의 시작은 모바일용 교육 콘텐츠였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부사장은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보급되자 모바일이 가져올 엄청난 변화를 직감했다. 팀원이던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와 모바일 기반 교육 서비스를 시작했다.

“ 2000년대 초반 게임회사에 있으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리니지’ ‘바람의 나라’ 같은 PC용 온라인 게임이 급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스마트폰이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걸 느꼈죠. 1주일 내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가 생긴 거잖아요. 당연히 새로운 사업 기회라고 봤어요.”

기회는 포착했지만 방향성이 잘못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지만 반응이 시큰둥했다. 학습용 앱은 성적 향상과 직결돼야 하는데 그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게 패인이었다.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됐을 때 방향을 틀었다. 교육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타깃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영·유아 교육은 세계적 보편성이 있어요. 국가 불문하고 1~6세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하고 도형과 색깔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요.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이 연령층에 맞춰 캐릭터 개발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개발된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2012년 스마트스터디에 흑자 전환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기존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않는 희귀 동물로 눈을 돌려 여우(핑크퐁)와 상어를 택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핑크퐁 앱에 올리자 수익이 났다.

2015년 자체 앱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확장한 것이 스마트스터디의 운명을 갈랐다.

“글로벌 붐의 시발점은 인도네시아였어요. 2017년 배우 아만다 써니가 TV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를 부른 걸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이후 말레이시아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순차적으로 인기가 번졌어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빠른 적응과 대담한 시도 덕에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

●스토리 강화한 콘텐츠가 온다
유튜브 캡쳐
유튜브 캡쳐
스마트스터디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TV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자체 제작한 첫 애니메이션을 KBS에서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해외로 향한다.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블채널 니켈로디언과 애니메이션을 기획, 개발하고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제작한다. 세계관 확장을 위해 핑크퐁 아기상어를 잇는 새 캐릭터도 2년 내 선보일 계획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해요. 어릴 적 장난감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 부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인크레더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 포인트를 찾는 게 숙제에요.”

숏폼(짧은 형식) 위주의 기업이어서 긴 서사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도 있다. 지난달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의 유일한 아시아 제작사로 참여한 2D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지금까지 저희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가까웠어요. 이제 만들려는 콘텐츠는 광고보다는 영화에 가까워요. 부족한 역량은 투자와 인수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픽사와 마블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라인업과 크리에이터를 강화한 디즈니처럼 말이죠.”

폰시가 아기상어 노래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상어 팬인 아이들과 함께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든도, 존 레전드도 그랬다. 세 아이 아빠인 고든이나 딸을 키우는 레전드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아기상어를 불렀다. 이 부사장이 그리는 스마트스터디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스마트스터디가 전 세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지분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어린 팬들이 나이 들어서도 스마트스터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결혼해 낳은 아이와도 함께 우리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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