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장염 발생률 가장 높은 7~8월, 염증성 장질환과도 잘 구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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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복통, 설사 등 일으키는 장염 유행, 장기화하면 염증성 장질환 의심해야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름에는 더위로 인해 체력 소모가 심해지고, 찬 음식을 많이 찾아 장 기능이 떨어지는데다 고온 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해져 감염성 장염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월별 장염 환자 수가 7월에 약 70만 명, 8월에 약 78만 명으로 연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성 장염은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세균성 장염과 바이러스 장염으로 나눌 수 있다. 바이러스 장염은 계절에 상관없이 감염되지만 환절기나 겨울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세균성 장염은 여름이나 장마철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증상은 갑작스러운 설사, 복통, 구토, 고열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금식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면 1주일 이내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탈수가 심할 경우 수액, 항생제 투여 등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세균성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가열하지 않은 식품은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채소 등도 가능하면 익혀 먹되 날 것으로 먹을 때는 흐르는 물로 3번 이상 씻거나, 세정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염성 장염과 초기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가리킨다. 주된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감염성 장염과도 유사한 점이 있고, 특히 여름철에는 증상이 있어도 유행성 장염으로 생각하고 간과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이유없이 자다 깰 정도로 심하게 아픈 복통, 1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설사, 대변에 피나 점액이 섞여 나오는 혈변/점액변, 6개월 이내에 체중이 10% 혹은 5kg 이상 줄어드는 체중 감소, 37.5도 이상의 발열 등이 지속, 반복된다면 염증성 장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질환의 주요 증상인 복통, 설사가 흔한 증상이다 보니 환자들이 진단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대한장연구학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의 66%는 염증성 장질환이 어떤 질환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으며, 환자의 27%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며 진행되는 질환으로, 이처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장 협착, 장 천공, 누공, 대장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수술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감염성 장염의 경우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복통, 설사 등이 흔한 증상이라고 해서 소홀하게 넘기지 말고, 주의 깊게 증상을 관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치료 시에는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장의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 자체를 차단하는 일종의 표적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가 다수 나오면서 예전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더불어, 기존에는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지역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염증성장질환전문센터?클리닉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센터를 찾으면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 및 체계적인 모니터링 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전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상욱 교수는 “여름철에는 복통, 설사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는데, 일시적 배탈, 감염성 장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극소수는 염증성 장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을 잘 감별해야 한다”며, “염증성 장질환이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치료제가 많이 좋아져,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합병증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빨리 찾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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