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北과의 관계 정상화 위해 종교 포함한 인권문제 다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1일 1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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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10일(현지 시간) 북한이 종교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북한과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하는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두고 나온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례적으로 인권 문제를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2019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 2007년~2018년 북한에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가 1341건에 이르고, 이중에는 90건의 실종과 120건의 사망 사례가 조사됐다는 한국 NGO 단체의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종교인들에 대한 체포, 구타, 고문 등으로 북한이 18년 연속으로 미국 종교 분야 NGO인 ‘오픈도어 USA’가 선정하는 최악의 종교박해 국가에 올라있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 수용소에 수용된 8만¤12만 명의 정치범 중에는 종교적 이유도 갇힌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 내 기독교인은 20만~40만 명에 이른다.

국무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정책과 관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 6월 남북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난 내용을 소개했다. 이 부분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 관리들과 관여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힌 것. 이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없었던 내용이다.

미국은 3월에 ‘2019 세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할 때만 해도 민감한 표현을 넣지 않고 보다 신중하게 수위 조절을 한 듯한 결과를 내놨다.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라는 표현을 2년째 뺐고 북한의 인권실태와 관련한 정권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샘 브라운백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이날 보고서 발표와 함께 진행한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은 종교적 박해의 영역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지독하다”며 이 표현을 다시 썼다. “북한은 개선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함께 내놨다. 그러면서 “북한이 종교의 자유 보장에 나서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 그럴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며 “북한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며 신념에 따른 종교 활동을 허용하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2001년 이후 계속 미국의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돼 왔으며,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은 종교단체에 복종을 강요하고 공산주의 도그마를 그들의 신념에 주입하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신장 위구르족의 대규모 감금과 티베트족, 파룬궁,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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