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의생’ 신원호 PD “영화감독이 오랜 로망…언젠가 기회 오겠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6월 9일 06시 57분


최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마친 신원호 PD(오른쪽)는 “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가 연출한 
드라마에 ‘악역’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신 PD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아역 김준 군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tvN
최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마친 신원호 PD(오른쪽)는 “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가 연출한 드라마에 ‘악역’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신 PD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아역 김준 군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tvN
■ ‘응칠’부터 ‘슬의생’까지 드라마 5연속 히트 신원호 PD

드라마 연출, 머물지 않는게 중요
배우 발굴? 열정·어울림 많이 봐
악역 없는 선한 이야기 현실 되길


‘5승 무패!’ 신원호(45) tvN PD의 성적이다.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부터 최근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까지 연출을 맡은 드라마가 연달아 ‘초대박’이 났다. 드라마 연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맡았던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예능프로그램 ‘여걸식스’ ‘남자의 자격’까지 하면 무려 ‘8연속 히트’다. 신 PD가 방송가에서 ‘스타 PD’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스타 PD”는 지난 8년간 따라붙은 타이틀이지만, 정작 그는 왜 그렇게 불리는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8일 서면으로 만난 신 PD는 “여전히 그 수식어는 내게 올 칭찬이 아니라는 묘한 괴리감을 준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대본이 전부인 장르”라고 굳게 믿고 있어서다.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 “머물러 있으면 늘 똑같죠.”

신 PD의 높은 이름값은 비단 흥행 성과만이 아니다. 그는 “승부사”로 통한다. 모두가 실패를 예견했을 때 보란 듯이 성공을 예감한다.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연출을 맡고 한창 주가를 높이던 2011년, 뜬금없이 KBS에서 tvN으로 옮겨 이듬해에 드라마를 시작했다. 11 년차 PD로서 처음 연출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신드롬 급 인기를 끌 거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8년간 반전을 거듭한 지금, 신 PD는 방송가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쯤 연을 맺고 싶은’ 유명인사가 됐다. 교양프로그램 연출자를 열망하다 우연히 예능 분야에 발을 들이고, 또 드라마까지 섭렵한 이력이 “참으로 스펙터클”하다.

“정량적인 결과는 여전히 욕심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물지 않는 것’이에요. 매번 힘들지만 자발적으로 규칙이나 틀을 바꾸면서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지 않으면 뇌는 늘 똑같을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한 걸음이라도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편이에요.”

2005년 KBS ‘해피선데이-여걸식스’로 만나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 온 이우정(45) 작가는 지금의 신 PD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여전히 너희 같으면서도 또 새롭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서로를 다독인다.

“‘신서유기’ 시리즈의 나영석 PD와 셋이 학번도 같아서 더 편해요. 친구랑 일하는 느낌이니 시너지가 더 난다고나 할까요. 함께 한 작품들이 계속 잘 되니 ‘다음’에 대한 부담감이 따르지만 떨치려고 애쓰죠. 전작들과 비슷하다고 해도 새로운 지점이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시청자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그렇게 봐준 것 같아 더 감사해요.”

그의 승부 기질을 자극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분야가 있다. 바로 “영화감독”이다. “왜 하고 싶은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굳은살처럼 박혀있는” 오랜 ‘로망’과도 같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꿈을 이룰 “자연스러운 기회”를 내심 기다리고 있다.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신원호 PD. 사진제공|tvN

● “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신 PD를 이야기할 때 ‘스타메이커’란 평가도 빠뜨릴 수 없다. ‘응칠’의 서인국, ‘응팔’의 박보검·류준열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연기자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얻은 수식어이다. 지금도 수많은 연기자가 ‘신원호·이우정 호’에 승선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신 PD가 유심히 살펴보는 건 딱 두 가지다. 열정과 어울림!

“어떤 캐릭터에 어울릴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연기력을 갖췄는지 보는 건 기본이에요. 그 외에는 열의가 있는지,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 혹은 스태프들과 잘 섞일 수 있을지를 봐요. 특히 기억에 남는 ‘반전’의 연기자요? ‘슬의생’에서 도재학 역을 맡은 정문성 씨요. 진지함과 코믹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가 찾기 쉽지 않은데 그는 달랐어요. 앞으로 훨씬 ‘큰 배우’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유명한 PD이지만, 집에선 그저 두 딸에게 “아빠 최고”란 말을 듣고싶은 평범한 가장이다. 두 딸이 아빠가 만든 드라마를 시청한 후 “은근슬쩍 어깨를 으쓱해하는 것 같다”고 기뻐하는 ‘딸 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중학교 1학년인 큰 딸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그림으로 그려줄 만큼 ‘슬의생’에 푹 빠져있었다.

신 PD의 드라마는 어린 두 딸에게 마음 놓고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과 ‘악역’이 없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만의 판타지가 녹아있다. 물론 시청자 사이에선 “이렇게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곳이 어디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신 PD는 앞으로도 신념을 굽히지 않을 작정이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제 목표를 이룬 거예요. 좋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판타지’로 여기는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서 더욱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신원호 PD

▲ 1975년 8월28일생
▲ 2001년 서울대 응용화학부 졸업
▲ 2001년 KBS 입사
▲ 2004년 KBS 2TV ‘해피선데이’ 조연출
▲ 2009년 KBS 2TV ‘남자의 자격’ 연출
▲ 2011년 tvN으로 이적
▲ 2012년 tvN ‘응답하라 1997’로 드라마 연출 시작
▲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
▲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
▲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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