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보수’ 광폭 행보 나선 김종인에…통합당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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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5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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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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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탈(脫)보수’ 광폭 행보에 당내에서 “신선하다”는 기대감과 “지나치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15 총선 참패에 따라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존재하는 가운데 보수의 가치를 희석시킬 정도의 과속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취임 뒤 ‘기본소득제 도입’ ‘데이터청 설립’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 ‘리쇼어링 파격 재정지원’ 등 민생과 경제 현안에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지며 혁신 어젠다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부자 정당’이라는 보수의 이미지 탈피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한 초선 비례의원은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겠다는 보수의 지향점을 생각해보면 김 위원장의 행보는 우리 당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와 같은 기존 통합당 인사들이 거부감을 보일 언급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재정건전성과 선별적 복지 등 그동안 보수 정당이 고수해온 의제와 동떨어진 기본소득제 도입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당 내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는 모양새다.

3선인 통합당 장제원 의원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줄 구세주라도 되는 듯 보수정당에 들어와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당’으로 만들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내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4일 정책위원회 세미나에서 “보수진영이 비호감이 된 것은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정치가 실패한 것”이라며 “우린 보수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선 개혁과 외연확장으로 차기 대선 승리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보수 정체성까지 버려서는 반발이 나온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두세 달 정도일 것”이라며 “그 안에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존재감이 급격하게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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