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건강선생 김지영 대표 "저는 콩으로 잼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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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4일 1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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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모습 >(출처=IT동아)
<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모습 >(출처=IT동아)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했으며, 약 3년 동안 푸드테크 스타트업 106개곳을 지원해 입주기업 총 누적매출액 411억 원, 투자유치 60억 원, 고용창출 181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2019년 11월 기준,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총 49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전통적인 농식품 제조 스타트업부터 식품 유통 혁신을 위한 O2O플랫폼, 전국 단위 농산물 계약재배를 통해 도농상생을 구현하는 농업 벤처, 미래식량확보를 위한 대체육류 개발 스타트업, 무궁화를 식용화한 먹거리 개발 등 농식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019년 2월 설립해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로 잼, 스프레드, 액상차, 소스 등을 개발하고 있는 건강선생의 김지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건강선생 김지영 대표 >(출처=IT동아)
< 건강선생 김지영 대표 >(출처=IT동아)

건강한 잼을 만든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건강선생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지영 대표(이하 김 대표): 이름 그대로다. 건강한 식품을 제조하는 선생(회사)이다. 최근 식품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베지노믹스(Vegenomics, 점차 커지고 있는 채식 시장과 관련된 경제 현상을 이르는 말)'라는 말도 등장했다. 건강선생은 베지노믹스를 지향한다. 건강한 당을 사용해 잼, 스프레드, 액상차, 소스 등을 개발했다.

IT동아: 채소를 활용한… 잼을 만든다는 것인가.

김 대표: 하하. 맞다. 우리는 흔히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말한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 중 으뜸이다. 콩은 몸에 좋다는 것,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콩은 주로 된장이나 두부를 만들어 섭취한다. 콩을 조금 더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는 없을까?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콩으로 만든 잼, '콩콩잼'과 '잼콩잼콩'이다.

< 건강선생의 콩잼 '콩콩잼'과 '잼콩잼콩', 출처: 건강선생 >
< 건강선생의 콩잼 '콩콩잼'과 '잼콩잼콩', 출처: 건강선생 >

IT동아: 궁금하다. 왜, 굳이, 콩으로 잼을 만드려는 생각을 했는지.

김 대표: 조금 이야기가 길어도 괜찮은지 모르겠다(웃음). 어려서부터 워낙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전공도 요리였고. 외식경영으로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녔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어디든, 주방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몸으로 주방에 서는 것, 쉽지 않다. 요리라는 것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무거운 재료를 날라야 하고, 장시간 서서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마치 공장과도 같다. 호텔처럼 큰 주방에서 여러 요리사가 맡은 바 임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포기하기는 싫었다. 학교를 나와서 잠시 신세계푸드에서 일했다. 그리고 당시 이마트에서 조리 직원을 채용하는 특채를 진행했다. 바로 지원했다.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이마트에서 3년 6개월 동안 유통 현장 관리직으로 근무했다. 이마트 지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마트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을 관리하는 업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이마트 재직 당시 모습, 출처: 건강선생 >
< 이마트 재직 당시 모습, 출처: 건강선생 >

조금 아쉬웠다. 하고 싶은 요리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맛있고, 건강한, 창의적인 요리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마트를 찾는 많은 고객에게 선보여야 하는 요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새로운 레시피를 도전하기도 했지만, 주 업무는 잘 짜여진 레시피대로, 요리가 남지 않도록 잘 판매하는 것이었다.

IT동아: …맞다. 쉐프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잖은가. 많은 고객에 맞춰서 검증된 맛으로 적당량의 요리를 판매해야 한다.

김 대표: 맞다. 그런데, 아쉬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었다. 요리를 활용한 사업적인 측면을 많이 배웠지만, 직접 하는 내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때부터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라고 고민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잼이었다. 프랑스 장인이 만든 잼이 들어오고,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며, 소위 말해 '멋져' 보였다(웃음). 그래서 결심했다. 잼을 만들어 보자라고.

공방, 창업, 스타트업… 도전의 시작

IT동아: 말 그대로, 도전인 셈이다.

김 대표: 2015년, 일산에 작은 잼 공방을 차렸다. 무모하면 용감한 법이다(웃음). 직접 만든 잼을 판매하고, 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드리고. 다행히 주변에서 많이 찾아오셨다. 하지만, 곧 어려워졌다. 흔히 하는 실패 경험이다. 열정 하나로 시작했지만, 처음 도전하는 사업이 쉽게 풀리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웃음).

공방은 지역 기반 사업이다. 주변에서 공방의 제품을 궁금해하고, 공방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유지될 수 있다. 강의를 한번 끝내고 나면, 약간의 공백기가 이어졌다. 다시 고민했다. 사람들에게 더 알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IT동아: 그래서 콩잼을?

김 대표: 잼은 달다. 당연하다. 당이 들어 가니까.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단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이걸 바꿔 보고 싶었다. 먼저 일반 설탕이 아닌,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기능성당 '프락토 올리고당'을 사용했다. 당 섭취 부담을 줄여 나간 셈이다.

<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 모습, 출처: 건강선생 >
<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 모습, 출처: 건강선생 >

그러던 어느날, 집(파주)에서 공방(일산)으로 출근하던 길에 요리대회 포스터를 발견했다. '파주 장단콩' 요리대회였다. 문득 생각했다. 야채로도 잼을 만드는데. 콩으로는 못 만들까? 최근에는 콩을 잼처럼 만든 소스류가 나오고 있는데, 요리대회가 열린 2016년 당시에는 콩으로 만든 잼은 시중에 없었다.

요리대회에 나가서 입선했다. 심사위원들이 맛을 보면서,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고,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 다음 일은 예상대로다. 이걸 제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살만한 '콩잼'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 당시 대회에서 입선한 김지영 대표, 출처: 건강선생 >
< 당시 대회에서 입선한 김지영 대표, 출처: 건강선생 >

IT동아: 건강한 잼. 재미있다. 역설적이어서 관심을 끌기도 하고.

김 대표: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출되는 '프락토 올리고당'은 계속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콩 이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콩을 비롯해 아몬드와 땅콩 등 견과류를 활용한 잼과 파프리카, 할라피뇨, 토마토 등 야채를 활용한 잼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잼 레시피를 더 고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건강선생은 후발주자이고, 스타트업이다. 남들이 다 하는 같은 잼이 아닌,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자 했다. 그것이 건강이었다. 그렇게 정말 고민해서 지금의 건강선생이라는 이름도 찾았다.

IT동아: 솔직하게 말하겠다. 건강선생. 너무 올드하지 않은가. 업체명을 처음 듣고 나서…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요양원 같다'고 생각했는데.

김 대표: 나름 정말 많이 고민한 이름이다(웃음). 건강백서도 생각했었는데, 같은 이름으로 강아지 사료 브랜드가 있었고…. '이거다!'라고 자신했는데 다들 너무 올드하게 받아들인다. 어디까지나 건강에 포커스해서 결정했는데(김 대표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 건강선생의 할라피뇨잼, 출처: 건강선생 >
< 건강선생의 할라피뇨잼, 출처: 건강선생 >

그래서 고민 중이다. 현재 개발한 콩잼과 할라피뇨잼, 토마토잼 등을 원하는 업체가 몇 곳 있는데, B2B 제품 브랜드로 건강선생을 활용하고, B2C 제품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할 예정이다. 여담이지만 콩잼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기를 대만에서 수입했는데,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대만에서도 건강선생이라는 업체명을 듣고 어떤 업체인지 한참 생각했었다고 하더라.

잼은 꼭 빵에 발라 먹는다? 편견을 깨다

IT동아: 콩잼. 그리고 할라피뇨잼. 말만 들어서는 어떤 잼인지, 어떤 맛일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김 대표: 직접 맛을 본 고객들의 후기를 들려주고 싶다. '씹히는 식감이 좋아요', '고소하고 달달한데, 이거 정말 콩 맞나요?', '생각없이 먹다 보니 다섯 개째 먹고 있어요', '차가울 때 먹으니 쫄깃한 인절미맛이 나네요', '이거 콩텔라 같아요' 등. 직접 만든 제품이어서가 아니라 한번 맛 보기를 권한다(웃음).

< 전시회에 참가해 건강선생을 알리고 있는 김지영 대표 >(출처=IT동아)
< 전시회에 참가해 건강선생을 알리고 있는 김지영 대표 >(출처=IT동아)

요즘에는 기존 잼과 달리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을 찾는 후기도 올라오고 있다. 튀김, 고기, 월남쌈, 쌀국수, 돈까스 등… 기존 잼과 어울리지 않는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기존에 즐기던 잼과 다르게 먹을 수 있는 잼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제품 판매는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지.

김 대표: 제품 판매는 작년 8월, 와디즈 펀딩으로 시작했다. 이후 전시회와 박람회 등에 참가하면서 몇몇 업체와 판매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 아이디어스, 네이버 스토어팜, 지마켓, 11번가, 인터파크 등 여러 채널로 판매를 확장하고 있다. 제품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부지도 알아보고 있는 단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스타트업에게 전시회, 박람회 참가는 우리를 알릴 수 있는 큰 기회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됐다. 즉, 알릴 수 있는 주요 채널 중 하나가 사라져서 걱정이다. 특히, 요리는, 먹거리는 직접 맛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이라 타격이 크다.

< 와디즈 펀딩 당시 모습,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
< 와디즈 펀딩 당시 모습, 출처: 와디즈 홈페이지 >

IT동아: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직접 공방을 차리고, 지금의 건강선생이라는 스타트업까지. 후회하지는 않는지.

김 대표: 이마트를 그만두고 공방을 시작할 자금이 부족해 1년 6개월 동안 골프 캐디로 일했었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해 초기창업자금도 받았고. 건강선생 창업 후 여기 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지금이 참 재미있다.

< 건강한 잼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지영 대표, 출처: 건강선생 >
< 건강한 잼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지영 대표, 출처: 건강선생 >

다시 이마트에 재직하던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내가 직접 만든 잼을 들고 전시회에 참여해, 잼을 맛본 소비자들이 맛있어하고, 신기해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조금씩 하나의 제품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지금도 재미있고(웃음).

이제 시작이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실수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느릴지언정 멈추지는 않을 생각이다. 어렸을 때 요리를 반대하던 부모님도 (여전히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시지만)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신다. 앞으로도 건강선생에, 우리 콩잼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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