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영화를 그만둘 수 없는 병’에 걸렸나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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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개봉 스릴러 ‘침입자’로 장편 감독 데뷔하는 소설가 손원평 씨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서 한국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 ‘침입자’를 4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손원평 감독. 그는 “제작진 모두 감개무량하면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 모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코로나19 사태의 한복판에서 한국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 ‘침입자’를 4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손원평 감독. 그는 “제작진 모두 감개무량하면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 모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기, 영화 ‘침입자’가 제법 규모가 있는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는 처음 스크린으로 향한다. ‘침입자’는 3월 개봉을 준비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에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지만 4일을 개봉일로 확정했다.

감독은 손원평(41).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 ‘아몬드’의 그 베스트셀러 작가다. 손 감독은 ‘아몬드’로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아몬드’는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소설로는 처음 수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1년 씨네21에서 영화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여러 단편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그의 아버지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언니는 손원정 연극 평론가 겸 연출가다.

‘침입자’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향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서울 종로구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손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한 줄도 더 써지지 않던 시기’에 대해 털어놨다.

“소설을 신춘문예에 계속 응모했고 영화도 잘 안되던 시기가 길었어요. 시나리오도 한 줄도 쓰지 못한 때가 있었지요. 당시에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랐던 것 같아요.”

영화 ‘침입자’에서 서진(김무열·왼쪽)이 여동생 유진(송지효)을 바라보는 장면. 서진은 베일에 싸인 유진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는다.
영화 ‘침입자’에서 서진(김무열·왼쪽)이 여동생 유진(송지효)을 바라보는 장면. 서진은 베일에 싸인 유진의 등장으로 혼란을 겪는다.
2013년 출산을 계기로 수많은 질문이 그를 찾아왔다. 아이를 낳고 절박한 마음에 쉬지 않고 습작을 했다. 다가오는 모든 의문을 글로 풀었다. 동화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도 썼다. ‘아몬드’와 ‘침입자’ 모두 이 무렵 태동한 이야기다.

‘침입자’는 서진(김무열)이 사는 집에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익숙한 가족과 집이 한순간 낯설게 변하는 상황을 스릴러로 풀어냈다. 가족과 집에 대한 통념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소설 ‘아몬드’와 비슷한 면이 있다.

글 쓰는 사람답게 서사를 장악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는 “글 쓰는 일이 너무나 지난하고 힘들다. 5분에 한 번씩 딴짓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첫사랑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어떤 이야기를 쓸지 구상하는 그 순간을 좋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하며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오. 처음과 맨 끝을 경험하는 것, 그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철저히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 정반대에 있다. 가끔은 영화라는 장르가 내뿜는 에너지가 버거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시간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절대로 영화를 해서는 안 돼!’라고 스스로에게 외치고 싶어진다고 한다.

“영화는 같이 해서 든든해요. 한데 다른 취향과 세계관을 지닌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서 만들어내잖아요. 그 과정에서 오는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봉준호 감독님 말씀처럼 ‘영화를 그만둘 수 없는 병’에 걸렸나 봐요. 징글맞으면서도 재미있고, 서로 의견 충돌이 벌어질 때 다시금 되돌아보는, 관둘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이 ‘장르 여행자’의 차기작은 소설이다. 격월간지 악스트에 연재했던 ‘일종의 연애소설’을 모아 낼 예정이다. 소설가, 영화감독, 평론가 중 어떤 이름을 가장 아끼는지 묻는 우문에 그의 답은 이랬다. “‘나에게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스스로 물으면 부정의 답만 들려오는 것 같아요. 어떤 이름을 앞세우기보다는 영화든 소설이든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침입자#소설가 손원평#감독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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