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레이디, 친절한 가가[현장에서/임희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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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에서 또 한 번 특이한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디 가가.
새 앨범에서 또 한 번 특이한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디 가가.
임희윤 문화부 기자
임희윤 문화부 기자
“레이디 가가 인터뷰? 진짜로? 대박….”

1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단독 인터뷰를 실으며, 또는 실은 뒤 음악업계와 주변에서 본 첫 반응이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든, 트로트가 익숙한 나이 지긋한 데스크든 예외 없었다. 두아 리파나 트래비스 스콧 같은 요즘 스타들은 영 낯설다면서 가가만은 “너무 잘 안다”고들 한다. 왜일까.

가가를 세계인에게 알린 일등공신은 아마도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의 ‘생고기 드레스 사건’일 것이다. 2014년 미국 텍사스주의 음악 박람회 SXSW에서 펼친, 저 유명한 ‘구토 퍼포먼스’는 기자도 현장에서 목도하고 경악했다. 호모 사피엔스라면 두 눈을 비비게 할 기괴한 비주얼로, 가가는 인류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충격요법을 즐기는 댄스가수라고 한정 짓기에는, 그러나 가가의 세계가 생각보다 깊다. 기괴한 비주얼의 이면에서 그가 한결같이 파고드는 주제는 사랑이다. 때로는 육체적 사랑을, 때로 심리적 사랑을 찬양한다. 노래 밖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이 거의 성직자 수준. 착함과 친절함의 가치를 설파하는 데 열을 올린다. 본보 인터뷰에서도 가가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다름 아닌 ‘kind’였다. 친절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분노가 헐크처럼 ‘전투형 가가’를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신곡 ‘Stupid Love’의 뮤직비디오에서 가가는 또 기괴한 미래인류로 분했다. 디스토피아를 구하는 그의 역할은 ‘Kindness punk(친절 펑크족)’.

가가의 내한에 동행했던 통역사는 그를 “최고의 일 중독자”로 기억한다. 식사시간에도 혼자 떨어져 앉아 노트북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며 밥을 먹는 가가를 보면서, 지독한 모범생을 볼 때처럼 짠한 감정마저 느꼈다고. 미국의 사회적 기업 ‘록코어’의 스티븐 그린 CEO는 “가가가 영국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 환아 돌봄 센터에서 아이들 모두와 일일이 자상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깊이 감명받았다”고 했다. 가가의 음악 세계 역시 댄스곡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Shallow’ ‘Speechless’ ‘Million Reasons’ 같은 감동적인 발라드를 만들어 피 토하듯 열창하는 진지한 싱어송라이터 역시 가가다. 사람에겐 앞면과 뒷면이 있다. 앞면만 그럴듯한 사람도, 뒷면에 진짜를 감춘 이도 있다.

가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 내 마음이나 머리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만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모호한 긍정과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기는 쉽다. 그러나 팝스타가 민감하고 중요한 특정 사안에 대해 자기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대개 상업적 이미지나 음반사 주가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요즘 미국 사회는 백인 경찰이 연루된 흑인 남성 사망 사건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홍역을 앓고 있다. 가가는 예정된 온라인 신작 감상회를 연기하며 한마디 했다. “이 시간을 차라리 유권자 등록을 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쓰라.”
 
임희윤 문화부 기자 imi@donga.com
#레이디 가가#내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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