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엎친 데 정치갈등 덮쳐… 혼돈의 브라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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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해 51만명 세계 2위
“대통령 대응 실패” 비난 국민들, 친정부 시위대와 무력충돌 벌여
보우소나루, 지지자와 행진 ‘기행’
일각 “탄핵 돌파하려 갈등조장”

말타는 대통령… 속타는 시위대 지난달
 31일 연방 기마경찰의 말을 타고 행진에 나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 플라나우투 대통령궁 밖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상파울루=AP 뉴시스
말타는 대통령… 속타는 시위대 지난달 31일 연방 기마경찰의 말을 타고 행진에 나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 플라나우투 대통령궁 밖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브라질리아·상파울루=AP 뉴시스
브라질 정국이 전염병 확산에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격랑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만 명을 넘은 가운데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대가 처음으로 충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와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반정부 시위대 수백 명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평화롭게 행진했으나 친정부 시위대와 마주치자 욕설과 주먹질을 주고받으며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시위에서 최소 5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정부를 향한 불만이 쌓이면서 브라질 전역에서 반정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기행, 막말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 반부패 상징인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은 그의 직권 남용을 폭로하며 사임했다. 지난달 27일엔 대통령 측근들이 입법·사법부 구성원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해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군부를 동원해 반정부 세력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 집회에 참석해 “군부는 우리 편”이라고 압박했다. 31일 집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등장한 그는 지지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준 뒤 말을 타고 행진하는 ‘기행(奇行)’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29일 전·현직 군 장성은 군부의 정치 개입을 촉구하는 대통령 지지 세력에 “반민주적 주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영국 BBC 등은 탄핵 위기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해 탄핵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신이 반정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향후 정국은 안갯속이다. 현재 브라질 하원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서가 35건 이상 접수돼 있다. 하원의장에게 탄핵 절차 개시 권한이 있지만 여론은 팽팽하다.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은 25, 26일 20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탄핵 찬성 50%, 반대 48%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달 22일부터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일(오후 5시 기준) 확진자 51만4000명, 사망자 2만9000명을 넘어섰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축소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지침을 어겨 빈축을 산 바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브라질#보우소나로 대통령#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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