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환차익 투자… “사설 FX마진거래는 금융상품 가장한 도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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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
정상 FX마진거래 흉내내지만 ‘환율 상승-하락’ 베팅 홀짝게임
실제 외환거래 이뤄지지도 않아 “불법업체 조심” 되레 속이기도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29)는 올해 초 현관문 앞에 붙은 ‘FXOO’ 전단지와 온라인 광고 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가 이틀 만에 100만 원을 잃었다. 시작은 “전화, 카카오톡으로 문의만 하더라도 현금 2만 원을 지급한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고수익 재테크”라는 안내 문구였다. 인터넷 등을 찾아보니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는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있는 투자기법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100% 손실이었다. 이 씨는 “사실상 수수료 내고 한 홀짝 게임”이라고 기억했다.

최근 이 씨처럼 사설(私設) FX마진거래에 나섰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사설 FX마진거래에 대해 ‘소비자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했다고 1일 밝혔다.

원래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通貨)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커 금융당국 인가를 얻은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하려면 거래 단위당 1만 달러(약 1200만 원)의 개시 증거금도 필요하다.

사설업체들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FX마진거래’라는 실제 투자 방식을 소개하며 ‘합법적인 재테크수단’이라고 홍보하고, 증거금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소액으로도 가능하다”고 끌어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사설 업체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FX마진거래와는 달리 실제 외환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투자자들의 주문은 국내외 증권사 등 투자중개업자를 거쳐 실제 은행 간 외환거래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사설업체에는 대부분 투자자들과 사설업체 사이에서만 돈이 오갈 뿐이다.

예컨대 10만 원을 베팅한 투자자는 특정 시점의 환율 상승, 하락 여부를 맞혔을 때 20만 원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반면, 맞히지 못하면 베팅액 전부를 잃는 식이다. 얼핏 환율 변동성을 이용하는 것 같지만, 5분 이하의 초단기 변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분석이 불가능한 구조다.

사설 FX마진거래는 금융상품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불법 사설업체들이 일삼고 있는 허위과장광고에도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홈페이지에 ‘불법 업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합법업체인 척 내세우거나, 외국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FX마진거래를 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FX마진 등 파생상품에 대한 자체 거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게 하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 업체이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fx마진거래#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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