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회發 27명 집단 감염…지역사회 확산 가능성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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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예배를 실시할 경우 참여자간 거리 유지가 가능하도록 참석자의 규모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키고, 특히 비말(침방울)이 발생할 수 있는 노래 부르기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공동식사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종교모임에 대해 각별히 당부했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인천 경기 지역의 13개 소규모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 마스크 없이 음식 나눠 먹고 함께 예배

이날 오후 8시 기준 인천 미추홀구 개척교회와 관련된 확진자는 모두 27명. 지역별로는 인천에서 미추홀구 10명, 부평구 9명, 연수구·중구·서구·남동구가 각 1명씩이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 부천에서도 각각 2명이 나왔다. 목사가 16명, 나머지 11명은 목사의 가족과 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정확한 감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만큼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이번 집단감염은 미추홀구 등불장로교회에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부평구 주사랑교회 목사 A 씨(57) 등 16명은 28일 오후 6~9시 함께 예배를 가졌다. 인근 교회 목사들도 여럿 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확진된 A 목사는 당일부터 발열과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28일 예배 때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인천시 관계자는 “다만 참석자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도 있을 수 있어 전파 경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석자들은 28일 예배를 시작하기 전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자유롭게 음식을 떠먹는 뷔페식이었으며, 티타임도 가졌다고 한다. 미추홀구 관계자는“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이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28일 예배 전후 A 목사 등 선교회 소속 회원들은 부평구와 미추홀구 등 교회 13곳을 번갈아 방문했다고 한다. 모두 함께 예배를 보는 모임이었다. 이러한 예배에 모두 30명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25명이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해당 교회들이 규모가 크지 않은 개척교회인 만큼 밀폐된 공간에서 식사와 예배를 함께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추가 모임 통한 확산 가능성 높아
확진자들은 대부분 인근 교회 목사들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직업적 특성상 교인과 접촉하는 대외활동이 많은 만큼 추가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이 추정되는 모임이 있었던 등불장로교회에서는 다음날인 29일에도 저녁 예배가 열렸다. 또 다른 교회에서도 30일 34명이 참석한 찬양집회가 진행됐다. 비슷한 형태로 모였다면 추가 감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1일 종교시설 모임을 통한 코로나19 전파가 계속 되고 있다며 비대면 모임을 할 것을 권고했다. 5월 들어 현재까지 교회 관련 확진자 수만 7개 교회와 관련돼 84명에 이른다. 경기 군포와 안양에서도 목사를 포함한 교인들이 제주로 단체 여행을 떠났다가 집단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종교모임에서 밀접접촉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만큼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키도록 방역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소규모 그룹 모임이 무서운 이유는 거기서 시작돼 각자 속한 집단으로 2차, 3차 전파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배 등 모임을 갖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하기보단 합법적인 모임을 허용해주되 거리 두기 등 수칙을 정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라 조언했다.

인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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