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낸다는 것[김창기의 음악상담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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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저니의 ‘Don't Stop Believin’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소개하는 ‘결코 포기하지 말고 네 자신을 믿어’라는 노래는 그룹 저니의 노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록 음악 중 가장 선이 굵고 멋있는 건반 전주로 시작되는 노래죠. 모든 사람들은 다 힘든 삶을 산다고, 너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을 믿고 선택한 길을 끝까지 가라는 위로를 주는 노래라서 응원가로 많이 사용됩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고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꿈과 윤리를 지키려면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힘이 센 사람은 자신이 이길 것을 알기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동을 주저 없이 합니다. 하지만 약한 사람이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하다가는 큰 어려움, 심지어는 사회적 육체적 죽음까지 당할 수 있죠.

그래도 약한 사람의 용기는 꼭 필요하기에 용기 있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고, 어릴 적부터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부터 볼드모트와 싸우는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통해 약해도 용기를 내야 한다는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약자 혼자만의 용기는 무모함과 동일시되곤 하죠. 그래서 약자들의 용기는 정치나 종교를 통해 함께 모여 표현되곤 합니다.

용기는 크게 두 가지 뿌리를 가집니다. 첫 번째 용기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옳다고 믿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윤리적 성숙입니다. 두려움과 용기는 동전의 앞·뒷면입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바보고, 두려움이 너무 많으면 겁쟁이거나 불안장애 환자죠. 두 번째 용기의 뿌리는 자신감입니다. 꿈과 열정과 신념을 따르는 것이죠. 삶의 방향성과 열정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얻어지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이 잘하고 인정받는 것들입니다. 자신감은 더 잘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켜 노력하게 만들고, 노력의 결실은 지식과 신념입니다. 실패할 때가 있어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인내하며, 보편적이지 않은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품위를 지킬 수 있죠.

그런데 자신감에 뿌리를 둔 용기는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용기를 통해 성취하거나 권력을 얻게 되면 자신이 옳다는 자만과 자기중심적인 착각에 빠지게 될 수 있으니까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끊임없는 윤리적인 성찰이 없다면, 좋았던 의도가 독선, 편견, 오만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늘 의혹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용기는 두려워도 힘들어도 옳다고 믿는 행동을 지속하는 꾸준한 연습으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경험치가 쌓여야 두려워지거나 힘들 때 그것들을 극복했거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을 기억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능동적으로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니#don't stop beli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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