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美 제재수단 별것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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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新냉전]보안법 표결, 47초만에 일사천리
美국채 매각 등 보복 카드 자신감… 홍콩내 美외교관 추방 관측도

미중 전면전에 불을 댕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7초였다.

28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된 전국인대 폐막식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이 정부 업무보고, 민법전 초안에 이어 세 번째 안건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2886명의 대표는 자리 앞에 있는 찬성 반대 기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2878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투표 결과가 뜨자 대표들 사이에 “오” 하는 탄성과 함께 크고 긴 박수가 쏟아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앞서 통과된 정부 업무보고와 민법전 때보다 길고 힘 있게 박수를 쳤다. 누가 반대, 기권표를 던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국인대는 이 법안을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법률로 구체화해 제정한 뒤 홍콩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로이터는 “9월 전에는 제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달에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로 자치권이 보장되는 홍콩의 관련 법률을 중국 중앙정부가 제정하는 초유의 조치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국양제를 포기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오히려) 일국양제를 안정적으로 오래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과 홍콩 야당, 민주화 진영은 “일국양제와 홍콩의 종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압박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추(環球)시보는 “미국은 제재 수단이 위축됐다. 중국을 협박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제재는) 큰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 충분한 보복 수단이 있다며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의 대량 매각을 거론했다. 중국은 1조8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도 중국의 카드로 꼽힌다.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6% 오른 7.1277위안으로 고시됐다.

홍콩 보안법이 발효되면 홍콩 내 미국 외교관과 비정부기구(NGO) 인사들을 억류 또는 추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빨리 법제화를 끝내 미국과 다른 외국 세력이 만든 ‘쓰레기’들을 치우도록 철저한 조사와 법 집행을 바란다. 이것이 백악관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전국인대#홍콩 국가보안법#미중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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