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판화보다 쉽고, 도구도 간단한… 동양의 ‘수인판화’를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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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작가 30일부터 6차례 강연
기름과 기계를 쓰는 서양과 달리 판에 직접 물감을 묻혀가며 완성
번짐효과 이용… 높은 집중력 필요

‘춤추는 방’(199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춤추는 방’(199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수인(水印) 판화는 서양보다 1000년 정도 앞선 판화 기술입니다. 서양식 판화보다 훨씬 쉬워 간단한 도구로 고도의 기술을 터득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미술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판화가 아닌 동양의 전통 판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중국에서 수인판화를 연구하고 이를 현대미술에 접목한 김상연 작가(54·사진)는 “동양 판화를 직접 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1994∼1999년 중국 선양(瀋陽) 루쉰미술대, 중국미술대 등에서 전통 판화를 연구했다.

수인 판화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물감의 용해 재료로 사용해 찍는 방법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서양 판화는 기름을 용해 재료로 사용한 유인(油印) 판화로 압착기계(프레스)를 사용해 그림을 찍는다. 종이 위에 한 번 찍으면 선명하게 형태가 나온다. 반면 수인 판화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에 번지는 속성을 활용해 손으로 직접 판의 물감을 묻혀가며 오랜 과정을 거쳐 완성시킨다. 이 때문에 매순간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 작가는 “수인 판화는 석판이나 목판, 동판 등 각기 다른 판과 종이, 물감 등 재료 자체의 속성이 서로 만났을 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물질을 다루는 단순한 차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30일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속에 감춰진 동양 판화의 비밀’ 강좌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매주 토요일 총 6회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판화를 직접 찍어보는 체험 형식으로 이뤄진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판과 종이, 물감을 선택해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김 작가는 “미술 교육의 대부분이 서양 미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동양인의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시민이나 전문 미술인도 직접 판화 기술을 체험해보면서 예술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수인 판화#김상연 작가#국립아시아문화전당#동양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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